“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 수당이나 주세요.” (어디서 개수작을)

“오늘은 일찍 퇴근하네./ 아 그런가요.” (9시야 이 색히야)

화가 겸 일러스트 작가 양경수가 ‘사이다’ 같은 말을 쏟아내며 직장인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고구마’같은 회사에서 사축(社畜)으로 길러지는 직장인들의 속내를 콕콕 찌르며 그들을 대변하고 있다. 현실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말들을 양경수 작가의 일러스트를 보며 스트레스를 푼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된 책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작가 히노 에이타로· 일러스트 양경수·발행 오우아)는 회사와 노동자의 수직상하관계에서 만들어진 사축 문화를 극복하는 방법을 엮은 책이다. 발행 2주만에 4쇄를 찍으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한국에서 이 책이 선풍적인 인기를 누린 이유는 양경수 작가의 일러스트가 한 몫을 했다. 책 표지를 장식한 양경수 작가의 일러스트는 SNS를 타고 빠르게 전파되며 직장인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양경수 작가는 처음에는 재미 삼아 포털에 일러스트를 연재했다. 매주 한 컷으로 자신의 생각을 담은 일러스트를 연재했다. SNS를 타고 양 작가의 일러스트가 퍼져나갔다. 사기치기(思記治己·자신의 생각을 기록하고 나를 다스린다)라는 이름으로 하려고 했지만, 이미지가 맞지 않아 양치기(梁治己, 자신을 다스린다)로 일러스트를 연재했다. SNS에서의 반응은 뜨거웠다. 짤방(‘짤림 방지’의 줄임말로 글과 함께 올린 사진 또는 동영상)용으로 인기가 높았다.

양경수 작가는 ‘그림왕 양치기 약치기’ 그림으로 힘든 청춘을 대변하면서 SNS 스타로 떠올랐다. ‘그림왕 양치기 약치기’는 직장인과 학생, 아이 엄마를 타깃으로 정하고 그들이 할 수 없는 말을 한 컷 그림으로 대신했다. 2014년부터 네 컷 그림을 기본으로 일러스트를 그리기 시작한 양경수 작가는 직관적인 그림을 통해 힘든 청춘들을 대변했다.

“나도 이렇게 반향이 클 줄은 몰랐다. 출판사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내가 생각하는 이미지를 그렸다. 내 그림은 한 번 보고 피식 웃을 수 있는 그림이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내기까지는 힘들다. 남들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귀담아들었다. 지하철에서, 커피숍에서 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들으면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일러스트 작가로 명성을 얻기 전 양경수 작가는 불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그림으로 이름을 알렸다. 부처의 일생을 그린 ‘팔상도’와 부처의 십대 제자를 그린 ‘THE TEN’이 대표작이다. ‘팔상도’ 중 ‘녹원전법상(鹿苑轉法相)’에서 부처를 깨달음을 얻은 클럽 DJ로 묘사했다. 클럽에서 DJ를 중심으로 환호하는 사람들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THE TEN’은 부처의 십대 제자들의 특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불교계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양경수 작가는 김지원, 라오미 작가와 함께 4일부터 8일까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 2층 로비에서 ‘異MAKE’ 전을 연다.

현대적으로 불교를 재해석한 불교 미술과 일러스트 작업을 병행하고 있는 양경수 작가는 스포츠경향 지면과 온라인 홈페이지에 매주 화·목요일에 ‘양치기의 세상 약치기’ 코너를 연재한다. 양경수 작가는 “내 그림을 아껴주는 독자들과 더 많은 소통을 위해 스포츠경향에서 매주 두 번 연재를 시작한다. 팍팍한 세상을 사는 사람들에게 내 그림이 조그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