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20일부터 23일까지 개최될 제3회사람사는세상영화제가 개막을 한 달 앞두고 개막작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비롯한 6편의 초청작품과 한국단편 경선부문 본선 진출작 20편을 발표했다.

‘보다, 만나다, 꿈꾸다’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제3회 사람사는세상영화제는 함께 영화를 보고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하겠다는 이번 영화제의 취지에 맞게 역동적인 사회변화를 담은 영화들을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또한 이번 영화제는 국내외 초청작 상영부문의 공식 명칭을 ‘포커스 인(人)’으로 정하며 국내 유일의 가치중심 영화제답게 사람과 사회 공공가치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를 공고히 했다.

지난 해부터 실행해온 단편 경선부문은 ‘포커스 한국단편’이라는 이름 아래 신예 감독들을 발굴하고 육성해 나가는 자리로 입지를 굳힐 예정이다.

올해 사람사는세상영화제는 제69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켄 로치 감독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와 용산참사의 진실을 다룬 다큐멘터리 ‘두 개의 문’(2012)의 후속작품인 ‘공동정범’(김일란, 이혁상 감독)을 각각 개막작과 폐막작으로 선정했다.

두 영화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하는 동시에 사회의 변화와 새로운 세상에 대한 요구를 반영한 작품으로, 관객들에게 감동과 여운을 줄 것으로 보인다.

켄 로치 감독에게 생애 두 번째 황금종려상을 안긴 ‘나, 다니엘 블레이크(I, Daniel Blake)’는 영국 복지제도의 사각지대 속에 방치되고 잊혀져 가는 중년 노동자의 삶을 리얼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부상으로 일을 할 수 없게 된 중년의 목수 다니엘 블레이크가 실업 급여를 신청하게 되면서 겪는 일을 묘사하며 정부의 관료주의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비판한다.

‘두 개의 문’(2012)의 후속작품인 ‘공동정범’은 수감됐던 용산참사 생존자들이 출소한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며 ‘철거민’에서 ‘생존자’로, 재판 과정에서는 ‘공동정범’으로 불린 다섯 명의 주인공을 카메라에 담아냈다. 영화는 참사 당일, 남일당 망루에서 있었던 일과 그 이후 일어난 사건을 생존자들의 시선에서 재조명한다. 이를 통해 국가권력의 폭력이 생존자들의 일상을 어떻게 파괴하였는지 고발하는 동시에, 그 상처를 이겨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생존자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람사는세상영화제 초청 부문인 ‘포커스 인’에서는 개막 및 폐막작품 이외에도 네 편의 작품을 통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사회 혁명의 흐름과 그 이후의 삶을 다룬 영화들을 상영할 계획이다.

‘이타카로의 귀환’은 혁명 시기에 청춘을 보낸 중년의 예술가와 친구들의 우정을 통해 시대적 아픔을 이야기하는 영화로 2014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초청된 바 있다. 일몰 무렵, 쿠바 하바나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그곳에 모인 주인공들이 과거를 회고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이 영화는 쿠바의 격변기를 그려낸 후일담 영화다. 2008년 ‘클래스’로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바 있는 프랑스 출신의 감독 로랑 캉테는 이 영화에서 사회 체제가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을 예리하게 포착해냈다.

또 다른 프랑스의 거장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이 68혁명 직후의 파리를 유려한 영상으로 재현해낸 영화 ‘5월 이후’도 기대할 만하다. ‘이타카로의 귀환’이 과거의 혁명이 남긴 잔재를 안고 살아가는 중년 세대의 삶을 보여준다면, ‘5월 이후’는 혁명 직후 혼란 속에 방황하는 ‘청춘’을 생생히 묘사한다. 아사야스 감독 특유의 감각적인 미쟝센과 함께 1970년대 파리의 청춘들을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다.

유럽과 라틴 아메리카의 혁명기를 보여주는 영화들과 함께 현재 우리 나라 언론의 민낯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도 상영돼 관객들의 주목을 이끈다. ‘7년, 그들이 없는 언론’(김진혁 감독)은 2008년 이명박 정부 초기에 언론인 17명이 해직된 이후 언론계에 일어난 지형 변화를 다큐멘터리를 통해 이야기한다.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된 바 있는 이 다큐멘터리는 김진혁 감독이 직접 촬영한 장면뿐만 아니라 해직 언론인을 비롯한 다수의 언론인들이 촬영한 영상을 편집해 탄생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이번 영화제에는 관객들에게 보다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한 음악영화도 한 편 준비돼있다. 호르헤 라이바 감독의 ‘칠레의 노래패, 퀼라파윤’은 1960년대 사회 운동에 앞장섰던 노래패 퀼라파윤의 행적을 통해 1970년 칠레의 아옌데 사회주의 정부 시절과 이후 쿠데타로 인한 사회 격동 과정을 보여준다. 망명 생활 중에도 결코 노래를 멈추지 않았던 퀼라파윤의 음악은 관객들에게 색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지난 해부터 신예 감독을 발굴 및 육성하기 위해 단편영화 경선을 실시해온 사람사는세상영화제는 올해로 세 돌을 맞아, 해당 부문의 이름을 ‘포커스 한국단편’으로 정하며 총 20편의 본선 진출작을 다섯 개의 섹션으로 구분해 상영한다. 공모 당시 출품된 300여 작품 중 예선 심사를 거쳐 올라온 20편의 영화를 두고 영화제 기간 동안 본선 심사가 치러지며, 폐막식에서 대상 및 그 외 수상작의 시상과 2000만원 상당의 상금이 수여될 예정이다.

사회 변화를 두루 다룬 국내외 유수 작품과 한국 영화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는 단편영화 20편을 선보이는 제3회 사람사는세상영화제는 오는 10월 20일부터 23일까지 4일간 서울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