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8개월 만의 인터뷰였다. 스포츠경향이 케이블채널 KBSN 스포츠의 대들보 아나운서 오효주, 이향 아나운서를 다시 만났다. 막 벚꽃이 움틀 때 만났던 두 명의 아나운서는 전쟁과도 같은 프로야구 한 시즌을 보낸 이후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겨울을 맞고 있었다. 야구 시즌이 끝났다고 이들의 일이 끝난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은 다시 배구장으로, 농구장으로 지금도 바쁜 걸음을 옮기고 있다.

두 사람에게 2016년은 뜻 깊었다. 오효주 아나운서는 윤태진, 정인영 아나운서의 퇴사 후 KBSN스포츠의 <아이 러브 베이스볼>의 메인 MC로서 오롯이 1년을 방송의 최전선에서 시청자를 만났고, 이향 아나운서 역시 KBSN 이적 첫 해의 적응 뿐 아니라 <아이 러브 베이스볼>의 공동 진행자로 활약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야구 시즌을 마친 각각 스페인과 영국 여행을 다녀왔다. 인터뷰는 여행 이야기부터 시작됐다.

- 각각 휴가를 보냈다고 들었어요.

오효주(이하 오):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다녀왔어요. 일주일을 다녔는데 다니는 동안 계속 울었어요. 그냥 모든 게 다 감동이었어요. 이 휴가를 보내준 회사에, 저를 실어준 항공사에, 저를 입국할 수 있도록 해준 바르셀로나 공항에도 감사했죠.”

이향(이하 이): “저는 영국 런던에 다녀왔어요. 그래서 그런 지 아직 ‘영국 병’을 못 벗어났답니다.(웃음) 아직도 파운드를 내고 싶고, ‘블랙 캡(택시)’을 타고 싶기도 하네요.”

- 올 시즌 프로야구를 정리해본다면.

오: “두산이 압도적이었죠. 올해를 돌아보면 공교롭게도 정규리그 우승 확정이나 챔프전 모든 순간에 다 <아이 러브 베이스볼>을 하고 있었네요.”

이: “짧게 정리하면요. 두산은 ‘예술이었다’. NC는 ‘가을에 아쉬웠다’. 넥센은 ‘그래도 잘 지켰다’. LG, KIA, SK는 ‘내년이 기대된다’. 한화, 롯데, 삼성, KT는 ‘절실하다’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두 사람에 대한 정리도 필요할 것 같아요.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었나요?

오: “정말, 이건 말이 필요 없죠. 서로 외에는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도 없었거든요.”

이: “선배에게 미안하고 고마웠어요. 둘 다 처음 시작한 <아이 러브 베이스볼>인데, 선배가 항상 먼저 나서서 방패가 돼 줬거든요. 제가 언니지만 후배라 볼 때마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 선수 인터뷰를 하다보면 잘 맞는 선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오: “사전에 인터뷰 내용을 주고받느냐는 의심까지 받았던 선수가 바로 NC 이호준 선수였어요. 던지면 다 척척 받으셨죠. 나중에 KBSN 해설위원으로 오시면 정말 좋겠어요.”

이: “저는 원래부터 이호준 선수를 이상형으로 꼽았어요. 그 말씀을 들으셨는지 더 잘 해주시더라고요.”

- 지금도 소름이 돋는 실수담은 없었나요.

오: “저는 정말 제대로 한 번 웃음이 ‘빵’ 터지고 눈물도 흘렸던 기억이 나요. 유두열 코치님이 돌아가신 날인데 감정을 추스르고 있는데 장성호 위원님이 울고 계시더라고요. 참으려고 했지만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예쁘게 울지도 못했어요. 웃었던 기억 역시 장 위원님 때문이었어요. 웃긴 이야기가 나왔는데 대놓고 키득키득 웃으시는 바람에 저도 클로징 멘트를 제대로 못 했어요.”

이: “저는 참외에 대한 일화가 있어요. 송진우 위원님과 방송을 하다가 관중문화 이야기를 할 시간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과거에 김응룡 감독님이 관중에게 참외를 맞으셨대요. 그래서 참외가 터졌다고 하는데 그 당시를 상상하다 웃음이 나버린 거예요. 그래서 <아이 러브 베이스볼>을 <아이 러브 베이‘씨’볼>이라고 마무리하고 말았죠.”

- 롤 모델인 스포츠 아나운서도 있을 것 같아요.

오: “저는 제 이미지가 MBC스포츠플러스 김선신 선배와 비슷하다고 봐요. 스타일은 선배를 닮고 싶고, 전문적인 측면은 정인영 선배를 닮고 싶어요.”

이: “저는 김석류 아나운서요. 한 시대를 풍미하는, 그런 아나운서가 되고 싶어요.”

- 내년 시즌 전망, 어떻게 해볼 수 있을까요.

오: “일단 아직 선수 구성이 안 끝나서 말씀드리기가 섣부른 부분도 있어요. 일단 두산이 계속 강할 것 같다는 생각은 들어요. KIA가 외국인 선수가 정리됐고, 최형우 선수도 영입해서 기대가 되네요.”

이: “두산이 거의 유일한 약점이 마무리 투수였는데, 투수코치가 보강되면서 더 기대가 돼요. NC는 이탈 선수가 있지만 김경문 감독님 재계약 소식이 들리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 것 같아요. LG나 SK도 기대를 걸어볼 수 있을 것 같네요.”

- 최근에는 많은 여성 팬들도 야구에 유입되고 있잖아요. 여성 관중들이 야구를 더 재미있게 즐기려면 어떤 요령이 있을까요.

오: “일단 스포츠를 좋아하려면 좋아하는 선수가 꼭 필요해요. 거기다가 야구장의 맛난 별미들이 있죠. 야구를 좋아하는 친절한 남자 친구를 만나는 것도 방법이겠어요.”

이: “두산 박건우 선수처럼 젊고 미소년의 외모를 가진 선수들이 팀마다 있어요. 이 분들을 잘 찾아보면 매력에 빠지시게 될 거예요.”

- 야구에 빠진 계기가 궁금해요.

이: “아버지가 정말 야구 마니아셨어요. LG를 좋아하셨고, 어머니는 KIA 팬이셨죠. 그래서 제 삶은 항상 야구에 젖어있었던 것 같아요. 김석류 아나운서를 보면서 아나운서의 꿈을 키웠고요.”

오: “친오빠가 야구광이었어요. 혼자 보기 심심하니까 어린 저를 앉혀놓고 같이 보긴 했죠. 삼성 팬이었는데 어머니는 또 한화 팬이셨어요. 매번 삼성이 이겨 어머니가 슬퍼하시는 게 의아해서, 왜 지는데 매번 응원하냐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어쩔 수 없잖아’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게 팬의 마음이구나 생각하고 빠지기 시작했죠.”

- 겨울 종목을 준비하는 각오도 남다를 것 같아요.

오: “KBSN의 모든 구성원들이 배구에서 만큼은 자부심이 있을 것 같아요. 선배들의 이야기에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할게요.매주 월요일마다 오후 11시에 배구 매거진 <스페셜V>도 방송 중이랍니다.”

이: “올해가 정말 저의 도전의 해에요. 배구도 처음이지만, 시청자분들은 처음이라고 봐주시지 않잖아요. 프로다운 모습을 보일 거예요. 그리고 <스페셜 V> 속 코너 ‘아나 대 아나’를 이호근 아나운서와 함께 진행하고 있어요. 기대 많이 해주세요.”

- 두 분 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도 열심히 하고 계시죠.

오: “열심히 하고 있어요. 인스타그램을 주로 한답니다. 제 일상은 거기로 와서 봐주시면 좋겠어요.”

이: “올 시즌을 보니 야구장, 회사, 스튜디오 외에는 사진이 없더라고요. ‘일스타그램’이 아닌 ‘일상스타그램’으로 꾸며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