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싶다’ 김기춘이 브레인 “지시·조작·언론 장악”

14일 오후 방송되는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비선의 그림자 김기춘 - 조작과 진실’편 에서는 국정농단의 핵심인물로 의심받고 있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공직50년 삶을 추적, 그의 행적이 한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 파헤치고 그가 부인하고 있는 진실에 대해 생각해본다.

작년 11월 고 김영한 민정수석의 비망록이 언론에 처음 공개됐다. 비망록에는 청와대 수석회의 내용이라고 하기에는 믿기지 않는 충격적인 내용이 가득했다. 특히 지시의 주체는 장(長). 이 비망록은 누가봐도 김 전 실장이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핵심 공범임은 입증할 증거로 보였다.

그러나 지난 12월 7일 최순실 국정농단 국조특위 2차 청문회에 모습을 드러낸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최순실을 모른다고 부인했으며, 비망록의 ‘장’(長)역시 자신의 지시 사항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씨는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을 만나 “고 김영한 민정수석 비망록을 보고 설마 했던 일들의 퍼즐이 그제야 맞춰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영오씨는 2014년 8월 22일 단식 농성 40일 째 병원에 실려간 다음날 돈 때문에 딸을 파는 파렴치한이라는 비난 기사를 접하게 된다. 그날 고 김영한의 비망록에는 “자살방조죄, 단식은 생명 위해행위이다, 국민적 비난이 가해지도록 언론지도” 라고 씌여있다.

그 무렵 영오씨의 고향 정읍에서는 낯선 이들이 김영오씨의 신상을 캐고 다닌다. 그 내용 역시 비망록에 담겨있었다. 국정전반을 책임져야 할 청와대가 개인을 사찰하고 개인을 여론조작에 앞장선 것이다.

김영오 씨는 “지시하고 조작하고 언론까지 장악해 진짜 시나리오 쓰고…(국정농단의)머리는 김기춘”이라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었다. 민중화가 홍성담 화백은 세월호 사건과 대한민국 정부를 비판한 작품을 그렸다가 전시가 무산되는 경험을 겪었다. 그는 광주 비엔날레 출품작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표현했다가 보수단체로부터 고소를 당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고 김영한 전 수석의 비망록에는 홍 화백이 고소를 당하기 전 날 ‘애국단체 명예훼손 고소’라는 지시가 써 있다. 뿐만아니라 비망록에는 홍 화백의 이름이 무려 14차례나 등장한다.

“회색지대는 없다…이념 대결의 장으로 이해를 해야 한다…정원 대통령에 도전하는 것은 두려움을 갖도록 해야한다” 이 같은 문구에도 어김없이 김기춘 비서실장을 뜻하는 ‘장(長)’이 적혀있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개인을 사찰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사법부까지 사찰하고, 여론을 조작하는 전횡을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여론을 조작해 진실을 감추는 지금의 상황과 닮아있는 ‘학원침투 간첩 조작사건’의 피해자 강종헌씨를 만났다. 강 씨는 24살에 사형수가 되어 13년을 감옥에서 보낸 뒤 일본 교토에서 살고 있었다. 해당 사건은 독재정권에 항거하는 이들을 잠재우기 위해 국가 안보를 핑계로 무고한 청년들을 간첩으로 만든 사건으로 책임자는 당시 대공수사국장이었던 김기춘이다.

당시 젊은 시절을 감옥에 바친 피해자들은 최근 재심을 통해 무죄가 입증되고 있지만 책임자로부터 어떠한 사과도 받지 못했다. 김기춘 전 실장은 이 사건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고 일관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박정희-박근혜 2대를 최측근에서 보필하며 정치권력의 핵심 자리를 지켜왔다.

당시 피해자 강종건 씨는 “김기춘은 그 후에도 우리가 무죄 받은 사실에 대해서도 모른다 하고, 국가안보를 위해서 많은 공이 있다고 훈장도 받았다. 유신시대부터 지금까지 그가 저지른 일들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종헌 씨는 “역사의 법정에서 모릅니다, 기억이 없습니다 하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며 “지나간 날이 억울하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진실을 밝혀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