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외국인투수 카를로스 비야누에바(34)는 KBO리그에서 뛴 외국인투수 가운데 최정상급 이력을 자랑한다. 비야누에바는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에서 뛰며 빅리그 통산 51승54패 평균자책 4.31을 기록했다.

이름값과 이력으로 손색이 없다. 그만큼 성공 확률이 높다. 그러나 비야뉴에바 앞에 바람이 없는 것만은 아니다. KBO리그에서 성공 궤도에 오르기까지 ‘2가지 궁금증’을 풀어야할 것으로 보인다.

비야누에바는 KBO리그에서 흔히 보는 오른손 외국인투수와는 거리가 있다. 최근 KBO리그의 우완 외국인투수라면 대부분이 강력한 패스트볼을 기본 무기로 장착하고 공을 던졌다.

두산 외국인투수인 더스틴 니퍼트와 마이클 보우덴, NC 에릭 해커와 LG 헨리 소사를 비롯해 지난 시즌 초반까지 한화에서 뛴 에스밀 로저스 등 우완 용병투수들은 모두 150㎞에 육박하거나 웃도는 빠른 공을 던졌다. 기본적으로 구위로 국내 타자들을 압도했다.

비야누에바는 슬라이더와 커브, 체인지업 등 다채로운 변화구에 코너를 찌르는 제구로 타자를 요리하는 스타일이다.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2007년 밀워키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뒤로 포심과 투심 등 패스트볼 계열의 공을 41.9%만 던졌다. 60%에 가까운 비율을 변화구로 채웠다.

비야누에바는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으로 88.6마일(142㎞)을 기록했다. KBO리그에서 뛴 우완 투수로 타자 타이밍을 뺏는 유형이던 미치 탈보트(전 한화)가 미국에선 패스트볼 평균 구속 90.8마일(146㎞)을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비야누에바는 최근 국내에서 뛴 우완 외국인투수 가운데 가장 느린 공을 던지는 투수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통산 998.2이닝을 던져 삼진 862개를 잡으며 볼넷을 323개만을 내준 것은 제구가 그만큼 날카로웠던 데다 변화구로 상대 타자 방망이를 끌어내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비야누에바는 본연의 리듬대로 KBO리그 타자들을 끌어가는 게 중요하다. 국내타자들은 메이저리그 타자들에 비해 방망이를 덜 내는 편이다. 파괴력은 떨어져도 유인구에 덜 속는 편이다. 스트라이크존에서도 차이가 있다. 이에 비야누에바와 국내 타자들의 볼 보는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야누에바가 볼 판정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차분한 성격에 가깝다는 점은 한화 입장에서는 다행스럽다.

또 하나는, 조금은 서둘러 선발투수로 유턴하는 과정을 거쳐야한다.

비야누에바는 선발투수로서 100이닝 이상을 던진 경험이 5시즌이나 되지만, 최근 3년간은 중간계투로 뛰었다. 한화의 또 다른 외국인투수 알렉시 오간도가 일찌감치 캠프에 합류해 선발투수로 투구수를 늘려가고 있는 것과 달리, 비야누에바는 시간이 촉박하다. 선발투수에게 필요한 투구수를 개막까지 맞추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에 한화 김성근 감독은 오는 28일 미야자키 캠프 합류 예정인 비야누에바를 직접 본 뒤 방향을 잡아가기로 했다. “기록으로 상당한 선수가 왔다. 여기서는 또 어떨지 봐야할 것 같다. 캠프로 오면 직접 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