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피부 타입을 아느냐고 물어보면 아마 열에 아홉은 건성 아니면 지성이라고 답할 것이다. 최근에는 피부에 대해 관심이 올라가는 추세인데다가 좀 더 세분화된 피부 타입에 따라 맞춤식 제품 같은 요소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좀 안다는 사람들은 건성이나 지성뿐 아니라 T존, U존 같은 표현을 쓰면서 복합성이라고 하거나 민감성 피부라고 답변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이렇게 다양한 피부 타입 중에서 지성 피부를 가진 사람들은 피지 때문에 고민이 많다. 우선 번들거리는 문제도 있지만, 과도한 피지로 인해 각종 피부 트러블이 필수 옵션으로 따르기 때문에 늘 신경이 쓰인다.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한데, 바로 트러블의 원인인 피지 분비량을 조절해 주는 것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피지를 조절해 주는데도 불구하고 트러블이 계속 생기거나 세안 후에 유독 당기는 느낌을 많이 받는 사람들이 있다. 피지는 피지대로 분비되면서 건성 특유의 푸석푸석함과 당기는 느낌까지 ‘마트 1+1 행사’마냥 따라오는 증상이 생기는데, 이 상태를 속건성 피부라고 부른다. 피부 표면 쪽의 과도한 피지 때문에 지성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아래쪽의 피부는 피부장벽이 무너진 상태인 경우다.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마치 숨어있던 진짜 권력인 비선 실세 같은 문제가 우리 피부에도 있었구나! 하고 느껴질 수도 있겠다.

피부 각질층은 평소 pH 4.5~5.5의 약산성을 띠고, 피부장벽은 세라마이드, 콜레스테롤, 자유지방산이 3 : 1 : 1 의 비율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상태이다. 이 pH가 상승하여 중성에 가까워지게 되면 Serine protease라는 단백질 분해 효소의 작용이 활발해지면서 피부 장벽의 붕괴를 유발하게 된다.

이런 속건성에 해당하는 피부의 경우 해결책은 바로 보습을 통한 피부장벽 복구이다. 피지 조절과 동시에 보습이라는 2마리 토끼를 잡아줘야 한다는 것이 숙제이다.

일단, 망가진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는 화장품 사용은 당분간 자제하자. 그리고 피부의 정상적인 상태와 동일한 pH 4.5~5.5의 약산성 제품과 보습 기능을 가진 제품을 같이 조합해서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주의해야 할 것은 세안을 할 때 피지를 완전 제거하여 뽀득뽀득한 피부를 만드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이다. 피부 장벽이 무너진 상태이므로 피지막이 없어지는 순간은 외부로부터의 침입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될 뿐더러 그 많던 피지가 하나도 없다는 상쾌한 만족감도 잠시, 우리 피부는 피지막이 제거되면 그것을 보충하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별 의미가 없다.

때를 미는 것은 각질층을 억지로 탈락시켜 피부장벽이 더 망가지게 하여 수분 손실을 늘리기 때문에 피부 장벽 복구를 위해서는 하지 말아야 한다. 피지는 보습을 위해 적정량이 유지되어야 하고, 각질층은 자연스럽게 밑에서부터 피부 표면 쪽으로 올라가 차례대로 떨어져 나갈 수 있게 두어야 한다.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피부 장벽은 위에서 말한 방법을 통해 회복이 될 수 있다. 그리고 피부는 한두 번으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관리를 통해서 개선이 된다는 것을 꼭 기억하자.

■메디션 개발자 깐깐한 Mr.심동섭은?

現 (주)이노진 기업부설연구소 소장 / 코슈메슈티컬 메디션 개발이사 / 네이버 피부카페 ‘스킨119’ 운영 / 피부.탈모 칼럼리스트(스포츠경향) / 前 디지털 지노믹스 DNA Chip 기획개발 / 前 한국얀센 임상연구 프로젝트 매니저 / 서울대학교 분자생물학과 졸업 / 고려대학교 의과학과 의생명과학 석박사 과정 / 중소기업 기술로드맵 전략제품 선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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