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은 여러 가지 면에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가야할 방향을 제시해준 대회였다. 물론 적은 홍보, 적은 예산 등 비판해야 할 점도 있었지만,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배워야 할 점도 여럿 있었다. 이번 대회를 현장 취재하면서 크게 느끼고 평창 동계올림픽에 줄 만한 교훈 두 가지를 정리해봤다.

■자원봉사자들의 친절함

이번 대회 내내 쏟아진 폭설은 대회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을 지치게 했다. 여기에 메인프레스센터(MPC)와 각 경기장을 연결하는 이동 수단이 너무 일본 경기 일정에만 치중해 있어 발을 동동 구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러한 불편함들이 크게 느껴지지 않은 데에는 친절했던 자원봉사자들의 역할이 가장 컸다.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 참가한 자원봉사자들은 약 4600명에 이른다. 청년층부터 노년층까지 세대를 가리지 않고 이번 대회를 위해 발벗고 나선 이들은 대회와 관련된 사람들에게 그들이 할 수 있는 한 최대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들이 봉사를 제공하고 받은 것은 교통비 1만원 정도와 도시락이 전부지만, 이들의 얼굴에서 불평불만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믹스트존 위치를 물어보기 위해 말을 걸었음에도 박태환 사진을 찍기 위해 들은 체도 안했던 젊은 자원봉사자들과 대조를 이뤘다.

스포츠 메인이벤트에서 자원봉사자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이들은 ‘얼굴’이나 다름이 없다. 시설이 아무리 안 좋아도, 대회가 엉망진창으로 진행돼도 이들의 역할에 많은 부분에서 만회를 할 수 있다. 이번 대회보다 훨씬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투입되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마찬가지다.

■효율적인 대회, 경기장의 사후 활용 방안 고민

“참 잘 지어놨어요. 우리도 이렇게 해야합니다.”

지난 23일 일본 오비히로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경기를 취재하던 도중 한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가 한 말이다.

이번 대회에서 스피드스케이팅만 삿포로가 아닌 오비히로에서 열렸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대회가 매년 열리는 오비히로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이 이 곳에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실외 빙상장으로 지어진 이 곳은 ISU 월드컵 대회 및 각종 국제대회를 개최하기 위해 2009년 지붕을 덧씌운 형태로 실내 빙상장으로 탈바꿈했다. 이 곳은 평소 대회가 열리지 않는 날에도 일반인들이 찾아와 스케이팅을 즐기곤 한다.

오비히로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은 최근에 지금의 형태로 완공이 됐지만, 이번 대회에 사용된 경기장 12곳 중 7곳이 45년 전에 열렸던 1972년 삿포로 동계올림픽 당시 사용했던 곳을 이용했다. 이곳들은 동계올림픽이 끝난 후 삿포로 시민들의 생활 체육 공간으로 활용되면서도 약간의 보수만으로 국제 경기를 치르는데 큰 문제가 없다. 이번 대회를 약 70억엔(약 705억원)이라는 저비용으로 치를 수 있었던 이유다.

물론 관중석이나 입장 통로 등 개선해야 할 부분들이 있긴 하다. 2026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노리는 삿포로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이들을 전면 개보수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경기장의 사후활용을 잘하는 삿포로의 사례는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배워야 할 부분이다. 얼마 전 한 물류업체가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아레나를 올림픽이 끝난 후 냉동창고로 쓰겠다는 의견을 강원도 측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 아직 나오지 않은 평창 동계올림픽 후 경기장의 사후활용에 대한 답은 이곳 삿포로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