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낯설 수 있지만 오늘의 작가는 구스타프 카유보트입니다. 그리고 작품의 제목은 ‘마루 깎는 사람들’이라고 돼 있습니다. 19세기 후반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유명한 그림 중에 이 작품도 속해 있습니다. 지나치게 천하고 격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고 그림으로서 가치가 없다고 비난을 받았기 때문이죠.

“이 그림과 함께 화가이자 동시에 예술 후원가로도 활동하던 구스타프 카유보트는 1876년 인상파 전시회에 동참하게 됐다. 그때가 3번째 전시회였고, 그를 열심히 불러들인 것은 피사로와 르누아르였다. 이 작품에 그려진 마루 깎는 사람들 같은 종류의 노동자들은 일찍이 프랑스 회화 속에서는 다뤄진 적이 없는 모델들이었다. 비록 프랑수아 밀레가 이삭을 줍고 기도를 하는 농민들을 그리거나, 쿠르베가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그린 적은 있지만, 이렇게 도시 노동자들의 삶을 밀착해서 그려낸 것은 거의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해오지 않던 것에 대해서는 늘 반감이 나타납니다. 더구나 고상한 것 또는 아름다운 것을 이야기했다고 믿는 선입견과 ‘우리 정도 되니까 할 수 있지’라는 특권의식이 강한 예술 방면에서 이런 주제로 들어온 그림은 ‘저것도 예술이 되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하는 것이죠. 그래서 예술작품의 ‘가치’에 대해서는 지금도 여러 생각을 갖게 됩니다.

“카유보트는 여기서 모던한 파리의 장면을 포착해 내는 한편 자기 일에 한창인 노동자들의 삶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들이 쓰고 있는 도구와 세밀한 디테일들의 묘사가 이 그림에서 돋보인다. 1876년 에드가 드가의 ‘다리미질 하는 여자’에서처럼 카유보트는 이제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그림을 대중들에게 선보인 셈이다. 카유보트는 마루 깎는 사람들의 모습을 완성할 때까지 수차례 연습과 계획을 통해 준비를 철저히 한 후에 실행에 옮겼다. 일하는 사람들의 상반신은 언뜻 고전적인 그림 속의 남자 토르소를 연상시킬 만큼 잘 발달된 것으로 묘사했다.”

이 그림은 비대칭의 세 사람이 등장하는데도 언뜻 정돈돼 보이는 것은 노골적으로 원근법을 지키는 선들이 그림에 수도 없이 그려져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마룻결이 그것이죠. 그리고 사람들의 자세 역시 순간적인 자연스러움이라기보다 원래 전통적인 그림들이 그랬듯이 근육을 잘 보여주는 자세를 잡은 듯 보이고, 빛과 그늘의 효과도 연구된 것입니다.

카유보트의 그림을 통해 우리는 19세기라는 시대를 봅니다. 특히 햇빛이 황금빛으로 빛나는 효과와 아래 부분에서 올려다보는 것 같은 각도로 마룻바닥들이 자연스럽게 원근법을 강조하는 쪽으로 뻗어가게 배치한 것 등 모든 구성은 상당히 획기적이었죠. 이 그림이 지금 우리에게도 눈에 확 들어오는 신선함을 주는 것은 그 구도의 힘입니다.

“이 그림은 이런 구성과 주제의 선택에서 대단히 현대적이다”라는 오르세의 소개는 그래서 나온 것입니다.

“이 그림은 카유보트 가족들에 의해서 프랑스 정부에 기증됐고, 지금 오르세에서 소장하게 됐다. 하지만 1894년 일찍 사망한 화가 카유보트가 자신의 소장품들을 죽고 나서 국가에 기증하려 했다가 반대에 부딪쳤던 ‘카유보트 스캔들’에는 포함되지 않고, 조용히 국가로 양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뭐든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들이 우리를 끌어들입니다. 나올 때는 모든 사람들이 비난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 모두가 인정하게 된 마루 깎는 사람들의 모습.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은 자기가 할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듯합니다.

미술사학자 안현배는 누구?

서양 역사를 공부하기 위해 프랑스로 유학을 갔다가 예술사로 전공을 돌린 안현배씨는 파리1대학에서 예술사학 석사 과정을 밟으며, 예술품 자체보다는 그것들을 태어나게 만든 이야기와 그들을 만든 작가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됐습니다. 그리고 지금, 나라와 언어의 다양성과 역사의 복잡함 때문에 외면해 오던 그 이야기를 일반 대중에게 쉽고 재미있게 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