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배구연맹(FIVB)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 여자배구가 다음 도전에 나섰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향한 첫 단추다.

홍성진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7일 필리핀 라구나에서 열리는 제19회 아시아 여자배구 선수권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출국했다. 9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아시아선수권에서 한국은 베트남, 스리랑카, 뉴질랜드와 C조에서 예선을 펼친다. 4개 조 상위 1·2위 팀이 다시 2개 조로 나눠 8강에 진출해 결선 라운드를 펼친다. 각 조 1∼4위가 크로스 토너먼트로 8강전에 돌입한다. 도쿄 올림픽 아시아 지역예선이 아시아선수권으로 대신할 가능성이 있어 중요한 대회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상위 시드를 받기 위해 4강 이상의 성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아직 이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적이 없다. 다시 김연경(중국 상하이)을 중심으로 세운 대표팀은 리베로 김해란(흥국생명)과 세터 이소라(한국도로공사)를 제외한 그랑프리 멤버 대부분이 출전한다.

대표팀은 체력적인 부담을 안고 있어 쉽지 않은 여정이 예상된다. 김해란과 이소라의 빈자리는 리베로 나현정(GS칼텍스), 세터 이재은(KGC인삼공사)이 채웠다. 센터 김유리(GS칼텍스)도 새롭게 대표팀에 발탁했지만 대표팀은 여전히 엔트리 14명을 다 채우지 못했다. 앞선 그랑프리에서도 12명만이 뛰었는데 이번에도 13명 뿐이다.

김연경은 “그랑프리와 아시아선수권까지 20경기가 넘는데, 6~7명의 메인 선수만 계속 경기를 뛰고 있다. 다른 팀은 16명으로 팀을 꾸려 로테이션을 하는데 우리는 엔트리조차 못 채우고 있다”고 체력 부담으로 인한 경기력 저하와 부상을 걱정했다. 또 “이번 대회에는 이재영(흥국생명)이 들어왔어야 했다”며 “팀에서도 경기를 다 뛰고 훈련까지 소화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번에 빠졌다. 결국, 중요한 대회만 뛰겠다는 얘기가 아닌가. 하지만 제제는 없다. 이렇게 하면 고생하는 선수만 고생한다”고 후배들의 대표팀을 향한 자세도 비판했다. 아울러 협회에 대해서도 “우리가 돈을 받고 대표팀에서 뛰는 것이 아니지 않으냐. 나라를 위해 뛰는 것인데 엔트리와 같은 기본적인 지원조차 이뤄지지 않으면 솔직히 말해서 고생만 한다는 생각만 든다”며 협회에도 섭섭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엔트리 부족에도 결국 성적을 내야 하는 홍 감독은 “융통성을 발휘해야 할 때”라며 “전력이 떨어지는 팀들을 상대로는 1.5군 정도로 뛰고, 강팀에는 정예 멤버가 나서는 방법으로 해법을 찾겠다. 꼭 4강 이상의 성적을 거두고 돌아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