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KBO리그에는 대단히 반가운 일이다.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야구계 전체가 들뜬 것도 실로 오랜만이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신인 드래프트 2차 라운드 1순위로 kt에 지명된 강백호(19·서울고)가 특히 더 주목받고 있는데, 그를 ‘투타 겸업’시키겠다는 구단의 뜻이 더해지면 관심이 더욱 커졌다.

강백호는 ‘에이스 겸 중심타자’로 야구를 해왔다. 시속 150㎞에 근접할 만한 빠른 공을 던지며 11일 끝난 세계 청소년야구대회에서는 타율 4할(30타수 12안타)를 기록했다. 포수로도 뛴다. 그만큼 야구 재능이 출중하다. ‘투타 겸업’이란 발상도 그래서 나왔다.

■KBO리그의 투타 겸업 역사

KBO리그 역사상 전문적인 ‘투타 겸업’ 선수는, 1982년 프로 원년 해태 타이거즈의 김성한 뿐이다. 당시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이었다.

프로 원년 해태의 창단 멤버는 16명. 개막을 앞두고 뒤늦게 5명이 가세해 21명으로 늘었는데 투수 등록선수는, 김용남과 이상윤, 강만식, 방수원, 신태중에 김성한까지 포함해 6명 뿐이었다. 정규시즌이 팀당 80경기에 지나지 않을 때이지만, 여건상 투수로 뛰지 않을 수 없었다.

그해 김성한은 투수로 26경기에 등판해 10승5패 1세이브 평균자책 2.88을 기록했다. 중심타자로도 타율 0.305 13홈런 69타점을 올렸다. KBO리그 레전드로 중 강타자로 이력을 남긴 김성한은 85년까지 투타 겸업을 한 이력을 남겼다. 통산 승수는 15승(10패).

그 뒤로, 투수와 타자 사이를 오간 ‘전업 선수’는 있었지만 전형적인 겸업 선수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선린상고 시절부터 투타에서 고루 재능을 보이던 박노준이 86년 OB 입단 뒤 마운드와 타석을 오갔고, 박노준의 선린상고 동기생인 김건우는 MBC에 입단해 투수로 출발해 교통사고 뒤 타자로 전향하기도 했다. 여기에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해 성공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LG 이형종까지 양쪽 모두에서 재능을 가춘 선수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전업을 하고 있을 뿐이다.

■오타니, 투타 겸업의 조건

지명타자제가 있는 리그에서 투타 겸업은, 투수와 타자로 모두 경쟁력을 보일 때 가능하다. ‘투타 겸업’을 그저 옛날 야구로 받아들였던 야구팬들의 시각을 바꿔놓은 선수는 일본프로야구 오타니 쇼헤이(닛폰햄)인데, 그는 차원이 다른 투타 겸업의 세계를 펼쳤다.

오타니는 2013년 프로 입단 뒤 줄곧 양쪽을 겸업하고 있다. 오타니는 올 시즌 부상으로 투수로는 2경기 밖에 뛰지 못했지만, 지난해만 해도 21경기에 등판해 10승4패 평균자책 1.86을 기록했다. 또 타자로 나서 타율 0.322에 22홈런 67타점을 기록했다. 오타니가 등판하지 않는 날, 지명타자로 출전이 가능한 것은 다른 지명타자 자원보다 타력이 앞섰기 때문이다. 이처럼 본격적인 투타 겸업을 하기 위해서는 양쪽 모두에서 경쟁력이 필요하다. 팀내로 보면 다른 투수들과 자리를 다퉈야 하고, 또 프로 입단 뒤 다른 야수 또는 지명타자보다 나은 기량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투타 겸업은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kt로서는 일단 한시적으로 강백호의 투타 겸업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구단 마케팅에서 적잖이 도움이 될 전망이다. 다만 그의 투타 겸업을 팀 전력의 플러스 요인으로 삼으려면, 투타 겸업의 실효성을 살필 눈이 필요하다. 한쪽만 잘 하는 똑똑한 신인이 잘 나오지 않는 시대에 양쪽 모두를 잘 하는 선수를 만나기란 냉정한 시각에서는 정말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