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쏭’이 두 번째 셰어 하우스 살이를 마쳤다. 다섯 명의 청춘들이 한 집 ‘벨 에포크’에서 살아가는 이야기 <청춘시대>는 두 시즌을 이어가며 현실적인 연출과 청춘극에서는 드문 긴장감을 자아내며 드라마 마니아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여기서 박은빈은 극중 ‘쏭’으로 불리는 솔직하고 정의로운 학보사 기자 송지원 역을 맡아 극의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5살에 연기를 시작해 배우생활을 20여 년 했지만, 이토록 사랑 받았던 배역은 없었다. 박은빈은 당당한 대학생 송지원이 실제 자신과는 대척점에 선 인물이라 평하면서도 시즌1 때의 ‘싱크로율 0%’라는 극단적인 표현은 지양했다. 2년을 함께 하며 서로에게 서서히 스며든 것일까. 막 대학을 졸업하고 눈앞에 펼쳐진 다양한 인생의 길에 고민하는 모습과, 늘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고, 특별하지만 그렇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그의 말이 유쾌하지만 또렷하게 자신의 길을 걷는 벨 에포크의 송지원을 분명히 떠올리게 했다. (①에서 계속)

―에필로그가 8년 후 송지원의 죽음을 암시했다.

“나도 사실 이렇게 될지 몰랐기 때문에 상실감을 느꼈다. 애정하는 캐릭터였고 끝을 이렇게 알게되는 경우가 없지 않나. 원래 송지원은 집주인 할머니 같은 삶을 살아갈 거라 생각했다. 벨 에포크 관리하면서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겠구나 했는데 갑자기 8년 시한부를 받으니 혼란이 있었다. 그래서 현장에서 감독님이 무슨 이야기를 해도 해탈하고 ‘8년 뒤에 죽을 건데요 뭐’ 했었다(웃음). 나와 같은 마음을 가졌던 조연출도 지원이 에필로그 때문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라고 할 정도다. 종방연 때 작가님을 만나서 ‘왜 8년 뒤냐’ 여쭤 봤는데 지원이는 왠지 그 때 죽을 것 같다고 하더라. 문효진 사건을 계기로 기자의 길을 걷다가 악의 세력에 의해 죽을 것 같다고 말해 그제서야 납득이 갔다. 그렇게 죽는다면 확실히 지원이가 ‘매순간이 행운이었다’고 말한 이유가 있구나 싶다. 31살은 너무 안타까운 나이지만, 송지원을 탄생시킨 작가님이 마무리를 그렇게 생각한다니까 인정한다.”

―시즌1에 이어 이번에도 임성민과의 러브라인은 불발됐다. 다음 시즌에는 기대해볼 수 있을까.

“성민과 어떤 이야기를 더 할 수 있을지 감이 안온다. 다음 시즌이 만들어지는 것 자체가 기적같은 일이다. 성민이와 사랑이 제대로 진전되고 원하시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참 보람된 일이긴 하지만…. 많은 작품에서 ‘남사친(남자사람친구)’ ‘여사친(여자사람친구)’ 관계를 다루지만 늘 사랑으로 연결되는 것에 허탈함을 느낀 분들도 있을 것이다. 남녀사이에 우정이 없는 것도 아닌데. 어찌 보면 그 공식을 깨고 친구로 끝까지 남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초반에는 했었다. 하지만 성민이가 늘 한결같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모습을 보며 후반으로 갈수록 송지원 인생에 임성민 같이 좋은 사람을 만나기 어렵겠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다. 그런 미묘한 기류들이 보이지 않게, 보일듯 말듯 아리송했으면 좋겠다는 게 나의 마음이었고, 마지막 회에 많이 드러났다. 성민과의 관계를 물었을 때 ‘친구는 아니고, 친구 겸 꼬봉?’이 지원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표현이 아니었을까. 꼬봉도 애칭이라고 생각했다.”

―송지원은 박은빈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빛나는 캐릭터였던 것 같기도 하다. 앞으로 맡고 싶은 캐릭터는.

“그간 한 작품 중에서는 이번이 가장 사랑을 많이 받았던 역할이다. 모든 합이 잘 맞았달까, 캐릭터가 좋았을 뿐만 아니라 작품도 좋았기 때문에 그런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사람들이 내게 원하는 모습에 다 맞출 수는 없지만, 이번에 송지원을 애정했듯 다른 역할을 만나도 사랑하려 노력할 것 같다. 굳이 사랑 받은 이유를 ‘송지원이어서’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면 앞으로 송지원만 연기해야 되지 않나.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들은 인간으로서 주체성이 살아있다. 주체성이 훼손된다 싶으면 그 캐릭터 뿐만 아니라 내 삶에도 영향이 온다. 무기력한 느낌을 받지 않게끔 살아 숨쉬는 역할들이 내 성향에 잘 맞다. 그런 점에서 송지원은 더할 나위 없이 자존감도 높고 똑똑한 친구라 내 진짜 인생도 살아 숨쉴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캐릭터였다. 앞으로도 작품을 볼 때 내가 얼만큼 애정할 수 있느냐를 중점적으로 보게될 것 같다.” (③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