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대기업 신입공채 시즌이 시작됐다. 하지만 취업문은 그리 넓지 않을 전망이다.

취업전문포털 잡코리아가 3월초 국내 321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상반기 대졸 신입공채 계획’을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 대졸 신입직을 채용한다’고 답한 기업은 115개사, 35.8%에 불과했다.

변지성 잡코리아 팀장은 “올해는 대규모 공채를 통해 선발하던 전형방식은 줄어들고 대신 직무별 역량 중심의 채용이 보편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각 사별 특성을 파악해 대응할 것을 조언한다.

지난 하반기부터 전자계열사와 비전자계열, 금융계열 등 계열사별 채용을 진행하는 삼성그룹은 삼성 직무적성검사 과목에 변화를 줬다. 직무 역량 중심의 채용문화가 확산되면서 광범위한 지식을 요구하는 상식을 제외함으로써 직무 관련 지식을 집중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바꿨다. 일률적인 공통 지식평가에서 벗어나 각 회사별로 필요한 인재의 직무지식 평가에 집중하겠다는 것. 이에 따라 삼성 직무적성검사는 기존 5과목에서 한 과목이 줄어든 언어·수리·추리·시각적 사고 등 4과목으로 진행된다.

현대자동차는 인문학적 소양과 가치관을 평가하기 위해 2013년부터 실시해 온 역사에세이 작성을 폐지하기로 했다. 역사에세이는 인적성 검사 평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작성한 에세이가 1, 2차 면접에서 질문 소재로 활용되면서 지원자들이 준비를 위해 시간과 비용을 많이 할애하는 항목이었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공채부터는 역사에세이를 제외하고 인적성검사(HMAT)와 실무면접, 인원면접으로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특히 올해부터는 R&D와 플랜트, 신사업전략, 경영지원, 영업(국내) 등 특정 직무에서 상시 채용을 진행한다.

CJ그룹은 7일부터 CJ제일제당, CJ E&M 등 주요 13개 계열사 대졸 신입사원을 공개 채용한다. 4년제 대졸자 및 2018년 8월 졸업 예정자를 대상으로 총 400~500명 규모를 채용할 예정. 일반 전형 외에 지난해 하반기 도입한 리스펙트 전형도 확대 적용한다. 리스펙트 전형은 출신학교 및 학점, 영어점수 등 스펙정보를 입사지원서에 일절 기재하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 방식으로 지난 해 하반기 영업 직무에 한해 시행하였으나 올 상반기 신입공채에서는 E&M 공연사업, CGV 마케팅, CJ오쇼핑 방송기술 등 다양한 직무로 대폭 늘렸다.

롯데그룹은 상반기 신입공채 서류전형을 인공지능(AI) 시스템을 활용해 평가하기로 했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정보통신, 롯데제과, 롯데칠성, 대홍기획 등 6개사에 시범 적용한 뒤 계열사별 적용을 확대해 나갈 계획. AI평가 시범도입 계열사의 서류전형에서 ‘인재상에 대한 부합도’, ‘직무 적합도’, ‘표절 여부’ 등 3가지 영역을 분석, 지원자의 입사지원서와 자기소개서를 평가한다. 다만 AI심사결과는 참고 자료로 활용된다. 올 상반기는 기존 서류전형의 평가를 병행하지만 향후 관련 데이터가 축적되고 관련 기술 및 알고리즘이 정교해지면 반영 범위와 비율도 점차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CU편의점을 운영 중인 BGF리테일은 올 상반기 4년제 대졸자 및 2018년 8월 대졸 예정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신입사원 공채 서류전형에 업계 최초로 빅데이터를 활용한다. 기존 지원서 양식에서 사진과 가족사항 등 직무와 관련이 없는 사항을 모두 삭제해 지원서 작성 절차를 간소화한 BGF리테일은 온라인 게시글, 논문, 보도자료 등을 축적한 빅데이터 검증 프로그램을 통해 자기소개서의 성실도와 표절 여부를 심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