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인터뷰] ‘슈가맨2’ 손상미 “다시 무대 서고 싶어, 오늘 미국행 비행기도 취소했어요”

입력 : 2018.04.30 15:17 수정 : 2018.04.30 16:27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놀라움과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슈퍼모델 데뷔로 23년, 가수로는 20년, 히트곡을 낸지 19년이나 됐고 그동안 아무런 반응을 받지 못했던 가수가 쏟아지는 관심 속에서 다시 용기를 내고 있었다. 지난 29일 방송된 JTBC 예능 <투유프로젝트-슈가맨2>(이하 슈가맨2)에 등장한 가수 손상미는 단숨에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대중의 뇌리에서 멀어진지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슈퍼모델 출신의 여전한 미모에 시원한 가창력 그리고 무엇보다 거침이 없는 입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방송을 한 29일 이후 반응이 없으면 집인 미국 올랜도로 돌아가기 위해 30일 출발 비행기 표를 구해놨었다. 하지만 쏟아지는 관심에 조금 더 대중의 앞에 설 수 있을까 싶어 이를 취소하고 언제든 출발할 수 있는 표로 바꿨다. 다시 오른 무대, 다시 받은 조명, 다시 받은 관심은 손상미에게 새로운 도전을 감행하게 한 촉매가 됐다. 단 한 번의 방송으로 인생이 바뀌는 ‘슈가맨’, 그는 ‘슈가맨’의 진짜 모델이 됐다.

JTBC ‘슈가맨2’ 녹화 후 MC 유재석(오른쪽)과 기념사진을 찍은 가수 손상미. 사진 손상미 인스타그램

- 방송은 보셨나?

“치맥(치킨+맥주)을 하면서 봤다. 얼굴이 크게 나오면 어쩌나, 어색하면 어쩌나 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 어떤 반응들이 있었나?

“원래 내 노래 ‘헤라의 질투’는 많이 알지만, 제 이름이나 얼굴은 잘 모르더라. 실제 당시에도 방송활동을 하려했으나 쉽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그 노래 애창곡인데 너무 좋아했어요’라던가 ‘예능감이 정말 좋다’ ‘슈퍼모델 출신의 미모가 어디 안 간다’는 말을 듣게 되면 너무 좋았다. 사실 내가 미국에서 6살 난 아들을 키우고 있고, 술을 좋아해 술을 마시기 위해 줌바 다이어트도 하고 있는데 그런 면을 편하게 봐주신 것 같다.”

- 섭외 과정이 궁금하다.

“<슈가맨> 방송을 미국에서부터 잘 보고 있었다. 동시대에 함께 활동한 친구, 동생들이 마구 나오더라. 그런데 내게는 연락이 없었다. 그런데 시즌이 바뀌고 첫 회에 박나래가 나를 언급해주는 것을 봤다. 너무 긴장되고 떨렸는데, 가수 입장에서 먼저 전화를 하면 좀 그렇지 않나. 그래서 참고 기다렸다. 그러다 지인을 통해 연락을 받고 깜짝 놀랐다. 사실 두려운 점은 방송을 한 지 20년이 돼 살이 찌고 그랬는데 보기 싫지 않을까 해서였다. 하지만 신랑도 응원해주고 도와주신 분들이 많아 용기를 냈다.”

지난 29일 방송된 JTBC ‘슈가맨2’의 손상미 출연 장면. 사진 JTBC 방송화면 캡처

- 오랜만에 ‘헤라의 질투’를 열창했는데.

“인이어(In-Ear·자신의 목소리나 반주를 듣기 위해 귀에 끼는 공연용 이어폰)도 처음 껴봤다. 떨렸는데 무대에서 호응을 해주는 많은 분들의 모습을 보니 다시 노래를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 미국은 언제 가게 됐나.

“미국 가기 전에 줌바 댄스를 도입해 2008년 즈음 사업을 했다. 하지만 회사가 망하고 나서 뭐할까 생각하다 동생이 주니어 골프 선수 출신이라 가족과 함께 전지훈련에 같이 가려고 2011년 미국 올랜도에 갔다. 거기서 신랑을 만난 것이다.(웃음) 그렇게 2013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살았다. 텃밭도 가꾸고 육아도 하면서 전원생활을 즐겼다. 서울에서의 바쁜 삶과는 대조되는 생활이었다.”

- MC 유재석, 박나래도 만났을 텐데.

“유명한 분들이지 않나. 긴장을 많이 했는데 역시 ‘대세는 다르구나’ 생각했다. 다 동생, 오빠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내가 어렸을 때 할머니의 손에 커서 좀 수다스러운 편이다. 거기다 외모도 좀 세보이니 다들 내성적이지 않겠냐 생각한다. 하지만 진짜 내 모습을 편하게 끌어내 준 것 같다. 방송 후 내 이름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있어 깜짝 놀랐다. 신랑도 ‘우리 와이프가 이렇게 웃겼냐’고 해주고, 아들도 내 TV 속 모습을 알아봤다고 한다.”

- 이렇게 쏟아진 갑작스러운 관심에 계획도 생겼을 것 같다.

JTBC 예능 ‘슈가맨2’ 녹화 후 MC 박나래와 기념사진을 찍은 가수 손상미(오른쪽). 사진 손상미 인스타그램

“우선 원래 30일 출국이었는데 돌아가는 표를 취소했다. 아침 방송이나 라디오를 좀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대중 분들께 인사를 더 하고 원래 준비하던 음반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슈가맨>도 그 음반 때문에 용기를 내게 됐다. 나이가 40이 넘었으니 트로트 느낌을 내더라도 내 특기인 ‘줌바’와 섞어서 ‘라틴 트로트’ ‘줌바 트로트’ 느낌의 노래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 관심을 보인 많은 분들께 한 마디.

“20년 동안 활동을 했고, ‘헤라의 질투’는 19년이 된 노래다. 이 노래를 즐겨 불러주고 이름을 기억해주고 알아봐준 분들 때문에 제가 있는 것 같다. 그분들을 위해 용기를 내고 싶다. 너무 재밌어 해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빨리,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