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손지현 “포미닛 꼬리표? 제겐 첫사랑이죠”

입력 : 2018.05.23 10:39

배우 손지현을 아직 ‘포미닛 남지현’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2009년 데뷔한 이후 정상을 디딘 걸그룹이기에, 어마어마하게 받은 사랑만큼 그 꼬리표의 생명력도 길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절대 걱정하지 않았다.

“‘포미닛’은 제게 첫사랑 같은 단어예요. 제가 가장 빛났던 순간이기도 하고요. 앞으로도 그만한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싶어요. 오히려 제가 포미닛 얘기를 계속 꺼내는 게 멤버들에게도 미안할 따름이죠.”

손지현은 최근 ‘스포츠경향’을 만나 개명 후 첫 작품이었던 종합편성채널 TV조선 <대군-사랑을 그리다>(이하 <대군>)를 끝낸 소감과 배우로서 포부, 서른 살을 맞이하는 감회 등을 털털하게 밝혔다.

■“<대군> 루시개 역, 제 틀을 깨부순 고마운 캐릭터죠”

그는 <대군>서 여진족 소녀 루시개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여성 캐릭터지만 영화 <늑대소년> 송중기를 보며 그 틀을 잡을 만큼 개성 강한 역이라, 오히려 배우로서 시청자에게 각인할 수 있었다고 만족해 했다.

“제가 언제 이런 역을 해보겠어요? 때 분장을 하거나 망가져도 그럴 만한 타당성이 있는 캐릭터라 ‘예뻐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절 벗어나게 해줬죠. 그래서 더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특히나 배우로서 제대로 출발을 알린 뒤 선물처럼 온 캐릭터라 더욱 애착이 남달랐다고.

“루시개 역이 제게 주어졌다는 건 축복이었어요. 대사 한 마디 없어도 눈에 확 띄는 캐릭터였으니까요. 그래서 루시개가 죽는 결말은 개인적으러도 정말 슬프더라고요. 종영도 아쉬웠지만, 루시개가 죽으니 ‘아, 여러모로 정말 끝이구나’ 싶었거든요.”

윤시윤과 진세연은 그의 연기를 잘 다독여준 고마운 동료였다.

“윤시윤은 워낙 연기를 잘해서, 방해가 되고 싶지 않다는 제 의욕을 자극한 배우죠. 함께 연기할 땐 ‘너 잘할 것 같다’며 칭찬도 많이 해줬고요. 또 진세연은 정말 상냥하고 밝은 친구예요. 저보다 세 살 어린데, 늘 즐겁게 어울리고 촬영장을 유쾌하게 만들었죠.”

‘아이돌 출신’이란 공통점을 지닌 류효영과는 대화하지 않아도 마음이 갔던 동료였다고 회상했다.

“처음 보자마자 공통분모가 있다고 느꼈어요. 분장실에서 인사를 나누곤 했는데, 과거에 얼마나 힘들었을지 배우로 변신할 때 그 고생이 어땠을지 알 것 같더라고요. 촬영 다 마치고 나서 ‘고생했다’는 말을 건넸는데, 그 한 마디로도 서로에겐 힘이 됐죠.”

■“내년에 서른 살, 조급하지 말라고 다독이고 있어요.”

포미닛을 해체한 뒤 배우로 전향한 얼마간은 힘든 시기였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7년간 해온 게 없어지니까요. 허무하더라고요. 하지만 그 힘든 시간이 지나고 다시 시작하는 순간이 오니까 ‘이런 게 행복인 건가’란 생각이 들었어요. 내려놓으니 정신적으로도 건강해지는 걸 느꼈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정말 행복해요.”

무엇이 그리 행복하게 하냐고 물으니 귀여운 대답을 내놨다.

“책을 살 때요. 지적인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또 책장에 책을 쫙 꽂아놓고 바라보는 것도 즐거워요. 하하. 가끔 시나리오도 쓰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아직 누군가에게 자신있게 내놓을 정도의 수준은 못 돼요. 어떤 내용이냐고요? 제 경험담을 바탕으로 했다고나 할까요?”

소녀처럼 웃는 그가 벌써 서른 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