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설마 했는데, 이 폭염에 불타 죽을 뻔…그것도 BMW 안에서.”

잇따른 주행 도중 화재 사고로 BMW의 대표적 디젤 중형세단인 ‘BMW520d’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녹아내리고 있다. 앞서 국토교통부가 BMW 520d 등 10만6317대(2011년 3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생산된 42개 차종)를 리콜하기고 전격 결정했지만, ‘소비자 집단소송’이 제기되며 사건의 양상이 끓어오르고 있다. 특히 미래 가치에 대한 금전적 피해는 물론 정신적 피해까지 결부되면서 향후 BMW코리아의 대응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30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BMW 차주 4명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 BMW 코리아와 딜러사인 도이치모터스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손해와 위자료를 합산한 손해액으로 각 500만원을 청구했다”며 “추후 감정 결과에 따라 손해액을 확대해 청구할 계획이고 소송 참여자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차주들은 소장에서 “차량이 완전히 수리될 때까지 운행할 수 없고, 리콜이 이뤄지더라도 화재 위험을 안고 있어 잔존 사용기한의 사용이익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BMW코리아가 리콜 계획에서 밝힌 ‘내시경을 통해 차량을 검사한 뒤 EGR(배기가스 재순환 장치) 모듈에서 결함이 확인되면 해당 부품을 교체한다’는 방침은 부분 검사 방식일 뿐 아니라 화재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고 해당 520d 차주들은 지적했다.

또 리콜 대상에 해당하는 차량이 10만대가 넘고, 리콜이 되더라도 부품 수급 과정이 지연될 것임이 자명하고, 미래 중고차 판매 가격이 크게 하락할 것이라는 점을 더해 이에 대한 배상을 요구했다.

배상 책임 근거로는 BMW 코리아가 2015년부터 520d 차량에서 ‘EGR’ 부문 문제점을 잇단 동종 화재사고 등으로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지목했다.

이에 대해 하종선 변호사는 “디젤차의 경우 배출가스 저감장치 관련 부품이 계속 작동하면서 부품 온도가 400도까지 상승하고 이 것이 화재 위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EGR 부품이 조사 1순위였지만, BMW 코리아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유럽과 달리 국내 판매 차량에만 국내 부품업체가 제조한 EGR 쿨러가 추가 장착한 부분도 BMW코리아가 이를 알고 있었다는 점을 알리고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BMW 520d에 대한 집단 소송이 시작되자 리콜 절차를 지켜만 보고 있던 다른 BMW 520d 차주들 역시 ‘성실하고 빠른 리콜’ 절차를 BMW코리아 측에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2년 전부터 520d를 애마로 이용 중인 직장인 ㄱ씨(42)는 “최근 520 동호회 회원들로부터 소송 방식을 면밀하게 고민 중”이라며 “완전히 믿고 구매한 차인데 완전히 속은 기분을 떠나 이젠 시동 걸기가 두렵다. 대중 교통을 폭염 속 이용하고 있지만 매일 매일 화가 난다”라고 BMW코리아의 대응 행보를 지적했다.

한편 국토부와 BMW코리아는 이번 화재사고를 들여다보고 실제 ‘EGR 불량’을 화재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 상태다. 또 리콜된 차량 수리는 내달 중순부터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해당 부품을 모두 해외에서 공수해 와야할 만큼 ‘EGR’ 모듈이 디젤차에 있어 핵심 부품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차량 정비 업계 관계자는 “BMW와 같은 디젤 차량에 쓰이는 EGR 모듈에 결함이 생기면 이후엔 차량이 달리는 시한폭탄이 된다”며 “특히 무서운 점은 차가 달리는 도중에도 엔진벽이 녹아 뚫릴 수도 있음에도 전면부 연기를 인지하지 못하면 화재 진행을 모를 수도 있다는데 있다”고 말했다.

■디젤차에 들어가는 EGR은

디젤차는 매연을 줄이기 위해 EGR 모듈을 달아야 하는데 이 때 EGR은 폭발배기행정을 마치고 일부 배출되지 않은 배기 가스를 식혀 다시 엔진 내부로 순환시켜주는 장치다. 만약 이 모듈에 문제가 생기면 고열의 배기가스가 식지 않은 채 달리는 엔진 내부로 들어오고 이 과정이 지속되면 엔진벽 일부가 녹아 내릴 수도 있어 엔진룸 화재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