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이건 아니죠…”

일명 ‘사람잡는 에어백’으로 불리는 ‘다카타 에어백’ 리콜과 관련해,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이하 벤츠코리아)가 늑장대응으로 일관하면서 차량 소유자들의 불만이 높다. 리콜 대수는 물론 전반적인 대응 행보가 ‘기대치 이하’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25일 수입·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벤츠코리아는 지난 2017년 말 일본 다카타 에어백을 탑재한 국내 차량 3만2000여대에 대한 리콜 계획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이후 ‘리콜 일정’은 계속 미뤄졌고 최근 국토부로부터 조치를 받고 나서야 일부 C클래스 3개 차종(C200·C220·C230) 742대에 우선적 리콜을 단행했다. 여전히 3만1000여대를 넘는 리콜량이 남아 있는 것이다.

다카타 에어백은 충돌 사고로 에어백이 펼쳐질 때 인플레이터(팽창장치) 장치가 과도한 폭발력을 일으키면서 에어백 내부 금속 파편들이 튀어 운전자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 때문에 지프나 혼다 등 글로벌 메이커들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전 세계에서 해당 에어백을 장착한 차량들을 리콜하고 있다.

차량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다카타 에어백의 하드웨어적 오류는 알려진 대로 치명적이다. 미국과 말레이시아 등에선 수십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며 “벤츠는 업그레이드된 다카타 에어백을 써 당장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최신 모델을 구입한 소비자들도 불안해 하기는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업계에서 (벤츠가) ‘징벌적 배상제가 국내엔 없다는 특수성을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점 역시 무겁게 인지해야 한다”며 “소비자들에게 공표한대로 2분기 내로 실질적인 행보가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벤츠코리아 내부에서는 리콜과 관련한 추가 ‘공식 입장’이 전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김지섭 고객서비스 부문 부사장이 신년 간담회를 통해 “다카타가 파산 상태이고, 새로운 공급업체가 그만큼 물량을 제조하지 못해 어려움이 있다”고 언급했을 뿐이다.

이에 대해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벤츠에 달려 있는 다카타 에어백은 하드웨어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고객들의 불안감 해소 차원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다른 메이커들 대비 뒤늦은 리콜 시작에 송구하다”면서도 “이번 1차 (742대)리콜량도 완전한 마무리까지 1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벤츠는 해외시장에서는 국내와 다른 대응을 해 또다른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17년부터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이행권고에 따라 해당 연식에 포함되는 C클래스, E클래스, GLK를 포함한 9개 차종에 대해 자발적인 리콜을 전면적으로 수행해오고 있다. NHTSA는 다카타 에어백에 대해 ‘이유불문’하고 벤츠, 포드 등 제조사(메이커) 구분없이 잇따라 에어백 교체를 요구해 지난해까지 6000만대를 넘기는 문제 차량들에 리콜을 진행했다. NHTSA는 이 다카타에어백을 단 차량들에 대해서 “리콜을 시행하지 않은 차량은 시한폭탄을 달고 있는 것과 같다”고 규정하기까지 했다.

한편, 국내에선 혼다코리아가 2016년 8월 16일부터, 토요타는 2016년 12월1일, 재규어랜드로버는 2017년 6월1일, BMW코리아는 2017년 10월 27일부터 다카타 에어백을 단 차량들을 리콜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