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두꽃> 한에리가 동학농민군 지원을 결심했다.

SBS 금토드라마 <녹두꽃>이 중반부를 넘어서며 스토리를 격동의 조선 속 민초들의 이야기로 확장시켰다. 탐관오리에 맞서던 민초들은 이제 일본이라는 잔혹한 외세와 부딪히게 됐다. 혼란의 시대, 아픔의 시대 속에서 어떤 이유로든 변화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지난 21일 방송된 <녹두꽃> 33~34회에서 조정석(백이강), 윤시윤(백이현), 한예리(송자인) 세 주인공 모두 처절한 변화와 마주했다. 동생 윤시윤이 도채비(도깨비)라는 사실을 숨겨준 죄로 조정석은 동학에서 파면돼 고부로 돌아왔다. 스스로 상투를 자르고 오니(도깨비)가 된 윤시윤은 개화 조선을 위해 일본의 곁에 섰다. 한예리은 이문이 최고라 여기던 지금까지의 신념을 버리고, 나라를 위해 동학농민군 지원을 결심했다. 휘몰아친 세 사람의 이야기가 안방극장을 발칵 뒤집었다.

앞서 이윤건(고종)은 최무성(전봉준)에게 거병해 일본을 조선에서 몰아내라 명했다. 조정석은 동학에서 파면됐지만, 멀리서나마 전투를 돕겠다고 했다. 그러나 최무성은 거병의 뜻이 없음을 밝혔다. 실망한 조정석은 김정호(김개남)을 찾아가 일본과 싸우는 것을 돕겠다 했지만 쫓겨났다. 결국 조정석은 고부에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고부에서 조정석 어머니인 서영희(유월)은 집강 윤시윤이 떠난 자리를 채우며 홀로 폐정개혁 실천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양반들에게 온갖 수모를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어머니 서영희를 보며 조정석은 씁쓸함과 속상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한편 윤시윤은 스스로 선택한 오니(도깨비)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낭인들의 우두머리가 되어 흥선대원군 전국환(이하응)을 섭정에서 물러나게 하는가 하면, 이윤건이 최무성에게 밀사를 보낸 것은 아닌지 파헤쳤다. 한예리가 속해있는 팔도보부상임방을 찾아가 청일전쟁을 하고 있는 일본의 보급을 도우라는 뜻을 전하기도. 180도 달라진 윤시윤을 직접 목격한 한예리는 충격에 휩싸였다.

무엇보다 한예리의 변화가 가장 뚜렷하게 보인 회차였다. 한예리는 지금껏 상인으로서 이문을 최고로 여겨왔다. 상인이 근본이 되는 세상을 꿈꾸며, 연모의 마음을 품고 있던 조정석의 고백까지 거절했다. 이에 한양에 와서도 상인으로서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중전 김지현(민씨)의 별입시가 되어 일본인 외교관 이기찬(다케다)와 거래를 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예리는 잔혹한 현실과 마주하며 가슴 속 뜨거운 울분을 느꼈다. 차갑게 변해버린 윤시윤의 모습은 이 같은 한예리의 마음에 더 큰 불길을 일으켰다. 결국 한예리는 이문을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없다던 자신의 신념을 버리고, 스스로 최무성을 찾아갔다. 이어 거병을 준비하는 최무성에게 자신이 군량미와 전라도 지역의 보부상을 지원하겠다 선언했다.

한예리는 시대를 읽을 줄 아는 혜안과 냉철한 카리스마를 지닌 철의 여인이다. 여성은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던 시대,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밝히고 행동하는 주체적이 여성이다. 그런 한예리가 신념처럼 믿었던 이문 대신 국가, 조선을 위해 나설 것은 선언한 것이다. 강력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그녀의 변화가 이후 <녹두꽃> 전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

한편 SBS 금토드라마 <녹두꽃> 35~36회는 오늘(22일) 토요일 오후 10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