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2·LA다저스)의 주무기는 누가 뭐래도 체인지업이다.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알고도 당하는 공이다. 메이저리그 투수들 가운데서도 최고 수준의 체인지업으로 꼽힌다. 류현진은 올해도 55%가 넘는 비중으로 포심과 체인지업에 의존한다.

그런데 지난 23일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 경기에서는 체인지업이 통하지 않았다. 류현진은 6이닝 동안 6안타 1볼넷 5삼진 3실점(1자책점)한 뒤 승패없이 물러났다. 체인지업은 15개를 던졌는 데 콜로라도 타자들이 타이밍을 맞추고 대응하면서 고전했다. 이날은 체인지업, 커터(15개)보다 커브(26개)를 많이 던졌다. 중반 이후에는 커브 비중을 늘린 빠른 투구 패턴 변화로 6이닝까지 버틸 수 있었다. 삼진 5개 가운데 커브 승부구가 4개였다.

류현진이 ‘3전4기’ 10승 도전에 나선다. 오는 29일 다시 콜로라도 타선과 마주한다. 이번에는 조금 더 불리한 조건이 될 수 있다. ‘투수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쿠어스필드 원정경기다. 고지대에 위치한 쿠어스필드는 공기 저항이 적어 타구 비거리가 늘어나는 타자 친화적인 구장이다.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갖는 타자들의 스윙은 짧고 간결해진다. 반대로 투수들은 회전이 덜 걸려 변화구 구사에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해답은 결국 체인지업에 있다. 김선우 MBC 해설위원은 “류현진의 시즌 호투 비결은 땅볼 유도에 있었다. 쿠어스필드라면 땅볼 유도가 더 필요한 구장”이라면서 체인지업을 승부처로 꼽았다. 단지 체인지업 하나가 아니라 체인지업의 위력을 살릴 투구 패턴이 승부처다. 김 위원은 이어 “류현진의 주무기가 체인지업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상대는 없다. 그렇다고 체인지업을 안 던질 수는 없지 않은가. 류현진이 체인지업을 대처했을 때 어떻게 패턴을 바꿔나가는지가 중요한 승부”라고 분석했다.

지난 경기에서 재미를 봤던 커브는 회전이 덜 걸리는 구장 환경상 활용이 제한적이다. 대신 몸 쪽 하이패스트볼, 커터, 그리고 너클커브 등이 체인지업을 보완할 효과적 구종이 될 전망이다. 현역 시절 콜로라도에서 뛰면서 쿠어스필드를 잘 알고 있는 김 위원은 “지난 경기에서는 류현진의 직구 평균 구속이 떨어지면서 체인지업 위력이 반감됐다”고 짚으면서 직구 구속 회복도 승부처로 꼽았다.

류현진은 시즌 10승을 눈앞에 두고 지난 3경기 연속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수비도 류현진을 돕지 못했다. 쿠어스필드에서 통산 4경기에 등판해 1승 3패 평균자책 7.56으로 고전했던 류현진이 쿠어스필드에서도 호투하며 10승 무대로 삼을까. 그 열쇠는 체인지업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