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 보면 종종 상식 밖의 일들이 벌어지곤 하는데요. 이는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입니다. 드라마 영화 속에는 우리 삶과 닮아있는 다양한 상황이 전개됩니다. 그만큼 삶이 법과 아주 밀접해 있다는 걸 뜻하죠.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들과 함께 생활 법률 상식을 살펴봅니다. <편집자주>

“저희 유니콘은 ‘실시간 검색어’를 조작합니다”

포털 업계 점유율 1위 ‘유니콘’과 2위 ‘바로’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일을 그린 tvN 수목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검블유)는 ‘실시간 검색어’ 조작을 정면으로 다룹니다.

영화 제작사 대표인 지승현(오진우)은 포털사이트 임원이자 자신의 아내인 전혜진(송가경)이 톱스타 변우석(한민규)의 스폰서라는 ‘지라시’(정보지)가 돌자 ‘멘붕’에 빠집니다. 아내의 이름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자 지승현은 외부 업체에 실시간 검색어 조작을 의뢰합니다.

그 결과 연예인도 정치인도 아닌 직장인인 유니콘 서비스 전략 본부장 임수정(배타미)이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게 되죠. 이에 대중들은 임수정이 변우석의 스폰서가 아니냐는 의심을 하게 됩니다.

정부가 직접 실시간 검색어를 이용해 여론 조작에 나선 모습도 그려집니다.

청와대는 그룹 총수인 예수정(장회장)에게 실시간 검색어 삭제 조항 로비를 제안합니다. 포털사이트 내부 조항을 수정해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의 실시간 검색어가 뜬다면 곧바로 삭제할 수 있게 하는 것이죠. 예수정은 유니콘 대표 전혜진과 바로 대표 권해효(민홍주)를 불러 청와대의 뜻을 알리고 이들을 압박합니다.

하지만 각각 전혜진과 권해효는 검색어 삭제 조항 서류에 사인을 하지 않으며 버팁니다. 임수정과 바로의 소셜 본부장 이다희(차현) 역시 각각의 회사에서 검색어 삭제 조항을 반대하며 이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죠.

예수정은 “KU그룹과 등을 돌려 살아남은 기업은 없다”며 이들을 재차 협박합니다.

<검블유>에서 펼쳐지는 실시간 검색어 조작을 둘러싼 내막은 현실과 판박이입니다. 실시간 검색어가 여론의 지대한 지표로 인식되면서 포털사이트와 정치권, 그리고 광고 업체 등의 은밀한 거래가 오간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실시간 검색어를 조작한 의혹에 대한 언론의 보도가 꾸준히 이어지자 네이버는 ‘알고리즘’을 변경해 ‘검색어·뉴스에 대한 모든 것은 알고리즘이 수집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책임을 회피한 것이죠.

‘알고리즘을 공개하라’는 정치권·언론계와 ‘공개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는 포털업계 역시 <검블유>에서 똑같이 그려집니다.

이미 현실에서도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실시간 검색어 조작. 법적인 문제는 없을까요.

▶전문가 의견-김소중 변호사(법무법인 은율)

<검블유>에서는 실시간 검색어의 순위가 항상 사건의 중심에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외부업체가 포털사이트의 실시간검색어 순위를 조작하는 것, 그리고 포털사이트가 직접 실시간검색어 순위를 조작하는 경우 각 처벌이 가능할까요.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 검색어 순위 조작 사건은 번번히 발생합니다. 특히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노출돼 회사의 광고효과를 누리기 위하여 검색어를 조작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검색어 순위 조작은 명백한 위법입니다.

실제로 법원은 의뢰인들로부터 돈을 받고 원격제어시스템을 이용해 네이버 등의 실시간 검색어를 조작해준 마케팅업체 대표와 홍보대행사 대표를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죄(형법 제314조)로 처벌하였습니다.

이들은 의뢰받은 검색어를 전국의 수백대의 컴퓨터를 이용하여 자동적으로 포털사이트에 반복 검색하게 하였고, 이에 따라 허위의 검색정보가 포털사이트의 검색순위 통계시스템에 반영되었습니다. 법원은 허위정보가 통계시스템에 반영됐으므로 실제 검색순위의 변동 여부와 무관하게 정보처리의 장애가 발생하여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보았습니다.

<검블유>에서 임수정이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도록 조작된 것 역시 마찬가지로 처벌이 가능합니다. 즉, 포털사이트의 검색 통계시스템이 허위정보가 반영되어 임수정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르는 결과까지 발생하였으므로, 이를 조작한 자는 형법상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죄로 처벌가능할 것입니다.

더욱이 검색어 순위조작으로 인하여 임수정은 개인적 명예까지 심각하게 훼손되었으므로,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죄는 물론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 역시 처벌 가능할 것입니다.

<검블유>에서 다뤄지는 것처럼 외부업체가 아닌 포털사이트가 자체적으로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조작할 경우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요.

법리적으로만 고민해볼 때, 검색어 순위 통계 업무는 포털사이트의 자체 업무이므로, 스스로의 업무에 대한 업무방해죄에는 해당할 여지는 없을 것입니다.

더욱이 포털사이트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가 정한 정책규정에 따라 검색어의 내용이 사생활침해나 명예훼손 등 특정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내지 과도한 사회적 갈등을 조장할 우려가 높은 경우 등에는 이용자의 보호를 위하여 검색어를 삭제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다만 검색어 삭제에 대한 판단기준이 모호한 것은 윤리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포털사이트들은 국민의 신뢰 속에서 알권리 보장을 위하여 검색순위에서 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결과가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여야 할 것입니다.

▶김소중 변호사는?

△법무법인 은율 △서울지방변호사회 중소기업 고문 변호사 △에이스건설 자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