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투표 조작 지시한 제작진 녹취 파일 입수
·원본 투표 데이터 거부해온 엠넷, 이유 있었나
‘프로듀스X101’의 투표 조작을 지시한 제작진의 휴대전화를 경찰이 입수했다. 엠넷 방송 화면 캡처
엠넷의 ‘프로듀스X101’ 투표 조작 의혹이 점차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19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달 31일 ‘프로듀스X101’ 제작진이 투표 조작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녹음 파일이 있는 휴대전화를 입수했다. 이번 시즌뿐 아니라 다른 시즌에 대한 조작도 언급돼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증거는 경찰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 사무실과 문자 투표 데이터 보관 업체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인 결과 나왔다. 구체적인 증거가 나옴에 따라 경찰은 CJ ENM 사무실과 제작진 주거지 등에 대한 2차 압수수색에 나설 예정이다.
시청자들에게 이번 시즌 ‘프로듀스X101’은 유독 이변이 속출한 시즌으로 기억되고 있다. 최종 투표 결과에서 시즌 내내 높은 시즌을 유지했던 연습생들의 탈락이 이어져서다. 대표적인 인물이 가장 유력한 데뷔 조 진입 멤버로 꼽히던 이진혁의 탈락이었다.
시청자들은 최종 투표 결과에서 같은 패턴의 숫자가 반복된다는 점을 들어 제작진의 투표 조작 의혹을 제기하고 고소 및 고발을 진행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앞서 제작진은 이번 시즌 ‘프로듀스X101’은 1회부터 최종회까지의 투표수를 합산한 누적 투표 수로 데뷔를 결정하는 방식을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높은 순위를 유지하던 멤버들의 급작스러운 탈락은 투표 조작 의혹으로 불거졌다
그간 꾸준히 투표 조작 의혹이 있었지만 이번 시즌에서는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최종 투표 순위에 동일한 배수의 패턴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청자들은 물론 이례적으로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까지 가세해 엠넷의 원본 투표 데이터 공개를 요구해왔다.
엠넷은 투표 조작 의혹을 전면 부인해오다 지난달 24일 입장을 번복했다. 당시 엠넷은 “개별 최종 득표수를 집계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다”며 “제작진이 순위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소수점 둘째 자리로 반올림했고 환산된 득표수가 생방송 현장에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순위 변동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엠넷은 원본 데이터 공개는 사실상 거부하고 자체적으로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수사 의뢰서를 접수받은 뒤 지난달 31일 CJ ENM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제작진의 투표 조작 녹취가 담긴 휴대전화는 이 과정에서 나왔다.
국민 프로듀서들이 뽑은 그룹이라는 명분을 잃어가는 그룹 엑스원 역시 앞으로의 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엠넷 제공
분개한 시청자들은 ‘프로듀스X101 진상규명위원회’(진상위)를 조직해 엠넷을 지난 1일 고소·고발했다. 진상위 운영자 ㄱ씨는 지난달 29일 MBC 표준FM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시청자들에게 사전에 어떠한 공지 없이 원 득표수에 손을 대서 반올림을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조작을 시인한 셈”이라며 “원본 데이터가 공개되기 전까지는 엠넷의 어떠한 해명도 믿을 수 없다”고 전했다.
‘프로듀스X101’의 투표 조작 의혹에 대한 윤곽이 점차 뚜렷해짐에 따라 오는 27일 데뷔하는 엑스원의 활동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국민 프로듀서의 지지를 기반으로 탄생한 그룹이라는 명분 자체가 흔들림에 따라 투표 조작 의혹은 이들의 활동에 지속적인 부담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