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을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가수 중 임창정만큼 바쁜 이가 또 있을까. 꾸준히 작업한 결과물을 모아 1년 만에 13곡을 모은 정규 앨범을 냈고, 지난 5월에는 종합 문화기업을 표방하는 예스아이엠(YES IM)을 창립했다. 이 회사에는 매니지먼트를 주로 하는 엔터테인먼트 법인과 미디어, 플래닛, 트레이닝 센터, 플레이어센터, 에프엔비 등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11월에는 다섯째 아이가 태어난다. 이미 임창정은 네 아들의 아버지로 연예계 다둥이 아빠의 대표격이다. 흔히 그처럼 대가족이라면 가족을 소재로 한 관찰예능에 한 번쯤은 출연할 법도 한데, 곁눈질을 한 적이 없다. 가수, 제작자, 아빠, 기업의 오너로서의 책임이 오롯이 그의 어깨에 지어졌다. 그의 신곡 ‘십삼월’은 그의 인생 가장 바쁜 시기에 나왔다.

- 정규 15집이 발매됐다.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딱 1년 만에 또 13곡을 빼곡히 채웠다.

“더 이상 멜로디가 떠오르지 않을 때까지는 꼬박꼬박 낼 생각이다. 이전 곡들이 9월에 나와서 사랑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내 노래는 발라드고, 가을에 선을 보여야겠구나 생각했다. 앨범 활동이 끝나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앨범작업을 하고 있더라. 9월 말까지만 활동하면서 좀 쉬고 10월부터 내년에 나올 앨범을 만들 생각이다.”

- 앨범 제목은 ‘십삼월’이고 앨범이 모두 ‘일월’부터 ‘십삼월’까지 일관적인 제목으로 달렸다. 이러한 독특한 콘셉트를 생각한 계기는?

“원래 타이틀곡을 ‘십삼월’로 정해놓고 만들었다. 가사 내용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십삼월’처럼 좋아하고 사랑하지만 이뤄질 수 없는 인연을 담았다. 그렇게 정해놓고 나머지 곡들을 보니 딱 12곡이 되더라. 그래서 ‘일월’부터 ‘십이월’까지 제목을 달아 배치했다. 계절감이 필요한 노래는 편곡해서 넣었다. 이렇게 앨범을 내면 라디오에서 매월 바뀔 때 마다 한 번쯤은 틀지 않겠나. ‘첫 곡은 임창정의 오월입니다’ 같이 말이다.(웃음)”

- 타이틀을 ‘구월’과 ‘십삼월’ 사이에서 고민했다고 들었다.

“지금 ‘구월’로 나온 노래가 원래 ‘십삼월’의 후보였다. 둘 다 좋았는데 나는 지금 ‘구월’에 더 끌렸다. 하지만 투표를 통해 모두가 더 잘 되겠다 싶은 노래로 지금의 ‘십삼월’을 골랐다.”

- 쉬는 기간 굉장히 바빴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음악작업도 하고. 하는 일이 많았다. 프랜차이즈 사업도 하고 엔터 회사도 차렸다. 거기서는 계열사가 또 있다. 후배도 양성하고 광고사도 있고, 드라마 제작사도 있다. 나는 따로 직함은 없다. 다 대표님들이 계시고 나는 그냥 ‘프로듀서 임대표’다. 지금 글로벌 아이돌 양성 교육을 목표로 방송 프로그램도 찍고 있다. 아마 다음 달 중순 공개가 될 거다.”

- 이렇게 끊임없이 작업물을 내는 데는 딱히 컨디션이 나빠지지 않는 이유도 있을 것 같다.

“노력은 못 하는데 성량은 타고 났다. 부모님께 감사한다. 과거에는 정말 내지르는 소리만 냈었는데 최근에는 본능적으로 창법이 바뀐 것 같다. 35곡, 40곡을 연이어 불러도 공연이 된다. 어렸을 때는 정말 노래를 잘 하려고 음정도 박자에도 신경을 썼다. 하지만 요즘은 느낌만 갖고 부르면 음정은 기계가 다 해주는 시대이지 않나. 그래서 녹음이 편해졌다.”

- 임창정하면 ‘또 이번에는 얼마나 높은 음의 노래를 부르나’가 관심거리다.

“이번에는 정말 어렵다하는 곡은 없다. 하지만 ‘십이월’이라는 곡은 캐럴 느낌인데, 듣기엔 쉬워 보이지만 은근히 못 따라 부를 것이다. 높은 음을 왔다갔다하는 노래다. 나만의 숨겨놓은 기술로 나도 어렵게 부르고 있다.(웃음)”

- 연기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노래할 때는 연기가 하고 싶고, 연기할 때는 노래가 하고 싶다. 서로에게 시너지 효과를 주고 ‘윈윈’을 하는 모양새다. 뭐 하나에 갇히면 질리고 할 텐데 그럴 겨를이 없다.”

- 이미 다둥이 아빠지만 11월에 다섯째가 나온다.

“일반 직장 다니는 분들보다는 아이들과 대화도 많이 하고 많이 놀아준다. 최대한 친구처럼 지내려고 한다. 요즘 둘째는 유튜버, 셋째는 아이돌이 꿈인데 둘째가 특히 말썽을 피운다. 하지만 내가 그 나이에 한 말썽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어쨌든 모두 건강하게 잘 자라면 좋겠다.”

- 제작자도 됐는데.

“원래 오래 전부터 생각했던 일이었다. 나도 언젠가는 제작을 하겠지, 후배를 양성하겠지 생각했는데 대략 그림을 만들어놓고 이번에 시작하게 됐다. 만들면서 염두에 두는 일은 아티스트 입장에서 모든 걸 다 하겠다는 거다. 제작자가 이해해야 한다. 아티스트가 이해하는 일이 많으면 필히 분쟁이 생긴다. 회사가 이해하는 분위기를 만들면 사이좋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 회사가 갖는 지향점은?

“저를 발굴했던 스승님이 조금 못 하고 천천히 따라와도 기다리는 분이었다. 그래서 임창정이 만들어졌다. 그냥 오래 보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아이가 무엇을 잘 하고, 성격은 어떤지, 응원하고 다독여주고 가족처럼 지내고 싶다. 누구든 2등이라도 우리를 거치면 1등이 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 요즘 유튜브에서 유행하는 ‘탑골가요’(1990년대 SBS ‘인기가요’ 생방송 클립)를 알고 있나?

“계속 나와서 ‘또창정’으로 불리더라. 저만 많이 보는 줄 알았는데 많은 분들도 오더라. 나는 꼭 화제가 되는 양준일씨를 찾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동시에 활동도 했는데 친분이 없었다. 인터뷰 한 번 꼭 해보고 싶다.”

- 30년이 다 되가는 활동, 그 원동력은 무엇일까.

“어느 직장에 갔는데 어떤 줄을 잘 타고 났는지, 복이 많은지는 몰라도 직장에서 잘 안 잘린 것뿐이다. 언젠가는 인기가 떨어지고 잘릴 수 있겠지. 그때까지는 열심히 하는 거다. 매번 나는 활동 때마다 운도 좋았고, 좋은 프로그램에도 많이 출연해 도움을 받았다.”

- 버킷리스트가 있다면?

“되게 포괄적이다. 오랫동안 준비한 영화감독을 해보고 싶고, 아이들은 공부하라고는 안 하지만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게끔 만드는 부모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