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이때도 무라니시 감독은 다양한 논란에 휘말렸다. 고작 8화로 기획돼 자세한 내용을 담을 수 없었던 ‘살색의 감독 무라니시’지만, 그럼에도 그의 완고하고 단호한 촬영 현장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극 중 AV 여배우 ‘미쿠’에게 실제 삽입을 종용하는 무라니시의 모습은 당시의 강압적인 분위기를 보여주는 대표적 장면이다. 드라마에서는 그 장면조차 혁명적인 리더십으로 보였겠지만, 당하는 여성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공포였다.

이 때문에 무라니시에겐 ‘전근대적인 감독’이라는 별명이나 ‘강제 촬영’이라는 단어가 함께 따라다닌다. 대본에 없던 내용을 현장에서 갑자기 요구하고, 그때 나오는 여배우의 표정을 실감나게 카메라에 담는다는 점이 논란이 되곤 했다.

‘비닐 책’ 시대에도 나왔던 성공에 대한 집착은 AV 감독 시대에도 이어졌다. 강제 촬영 의혹뿐 아니라 미성년자 출연 의혹 등도 있었다. ‘리얼리즘의 미학’ ‘예술로서의 성행위’를 표방했으나, 그것을 수단으로 한 강압적이고 강제적이던 과정은 미화되기 어렵다.

구로키 가오루의 부상으로 ‘성인 비디오의 제왕’이라 불리면서도 상기한 문제들로 인해 구속 수감과 실패를 반복했다. 그는 너무나 공격적이었고 결과 중심적이었다. 극 중 무라니시의 첫 AV 작품 주연이었던 나오코도 피해자 중 한 명이었다.

나오코의 실제 모델로 추정되는 히미코는 미스 일본 도쿄 대표 출신의 AV 배우로 1990년대 초반을 풍미했다. 당시 히미코는 무라니시 토루 감독의 ‘다이아몬드 영상’에서 다수의 히트작을 발표했는데, 출연료에 해당하는 3억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 다이아몬드 영상은 파산 직후 히미코의 무수정본 영상을 대거 유출했다. 해당 영상들은 불법적으로 유통돼 빚 탕감에 쓰였다는 의혹을 받았다. 작중에서도 이런 무수정본 유출에 대한 얘기가 나오긴 한다. 무라니시가 전혀 상관 없는 일로 나와서 그렇지.

성문화 산업에 혁명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는 무라니시, 그 안에는 강제 출연과 출연료 체불 등 문제가 따라다녔다. 1980년대와 1990년대는 지금과 달리 연예계 인권이나 성 감수성 등의 개념이 희미했던 시기라는 점은 감안해야겠으나, 그렇다고 모든 것이 덮어지진 않는다.

그를 왕으로 만드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웠던 연인, 구로키도 끝이 좋지 못했다. 무라니시 감독과 이별한 후 자살 시도 의혹, AV 여배우 은퇴 등 소동을 일으키며 잊혀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