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반도 서북부의 작은 섬 페낭은 ‘동양의 진주’로 불린다. 한때 동서 바닷길 교역의 중심지였으며, 영국 식민지풍 건물과 개발의 주역인 중국풍 건물이 조화를 이뤄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최근 베트남의 푸꾸옥, 필리핀의 클락과 더불어 동남아 여행의 ‘신 트로이카’로 떠오르는 곳이기도 하다.

18세기 후반 영국 식민지가 건설된 이래 이곳 지역사회의 주역은 중국계 이민들이었다. 이들은 ‘현지에서 태어난 자’란 뜻인 ‘페라나칸’이라 불린다. <아편과 깡통의 궁전>(강희정 지음 / 푸른역사)은 1786년에서 1930년대 말까지 페낭섬이라는 독특한 시·공간에서 생겨난 화인사회에 관해 ‘아편-주석-고무’라는 키워드로 동남아의 근대와 화인사회의 역사적 편린을 더듬어 본 책이다. ‘동남아에서 중국계의 입김이 강하다’라고 하면서도 두루뭉술하게만 알고 있는 동남아 화교들의 삶과 역사에 대해 우리 시각으로 찬찬히 살폈다는 점만으로도 가치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