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공식적인 사과 입장을 냈지만 정작 사과가 아닌 사실상 ‘강행’ 의지 표명이었다.

CJENM은 3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ENM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사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시리즈 투표 조작 사건과 관련해 사과했다.

허민회 CJENM 대표이사는 이 자리에 나와 “이번 사태는 변명의 여지 없이 저희의 잘못”이라며 “현재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관계기관에 협조하고 내부 조치도 엄정하게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순위 조작으로 인해 피해 입은 연습생들에 대한 구체적인 피해 보상 논의 △300억원 규모의 기금 및 펀드 조성으로 K팝 성장에 기여 △외부 콘텐츠 전문가가 참여하는 ‘시청자위원회’ 설치 등을 내걸었다.

그러면서도 ‘원 데이터’ 공개에는 선을 그었다. 신윤용 CJENM 커뮤니케이션 담당은 ‘원 데이터 순위를 공개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원 순위 숫자나 집계에 대한 내용은 우리도 정확한 데이터가 없다”며 “연습생에 피해가 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원 순위 발표 등은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각계에서 꾸준히 요구됐던 원 데이터 공개가 묵살됐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에 “‘프로듀스’ 투표 조작은 일종의 채용 비리이자 취업 사기”라며 “검찰이 수사해서라도 그 진상을 밝혀내야 하고 엠넷은 구차한 변명이 아닌 투표 원 데이터를 즉각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프로듀스X101·48’ 시청자로 이뤄진 진상규명위원회 역시 같은 입장을 취해왔다. 이들은 엠넷 제작진에 대한 고소·고발을 진행하며 “결국 이 사건은 제작진이 최초부터 투표 원 데이터인 득표 수만 공개했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을 사안인데 이를 공개하지 않음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상위 운영자 ㄱ씨는 MBC 표준FM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원본 데이터가 공개되기 전까지는 엠넷의 어떠한 해명도 믿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세간의 꾸준한 요구를 묵살한 엠넷의 대응은 대중의 공분으로 이어졌고 결국 고소·고발까지 가며 사태를 키웠다는 분석이 일었다. 엠넷의 모회사인 CJENM 역시 역시 같은 입장을 취하며 원 데이터를 두고 벌어지는 논란은 사그지지 않을 전망이다.

연습생 개개인에 대한 피해를 운운한 CJENM의 입장도 도마 위에 올랐다. 허민회 대표는 “아이즈원과 엑스원 멤버들의 활동 재개에 모든 것을 지원하겠다”며 “두 그룹의 향후 활동으로 얻는 엠넷의 이익은 모두 포기하겠다”고 전했다.

대중은 결국 접대나 부정한 방법으로 수혜를 입은 연습생들의 수익이 고스란히 소속사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냐며 연습생 뒤에 숨은 소속사의 행태에도 비판을 쏟아냈다. 조작 사건의 수혜자가 가려지려면 멤버 명단과 원 데이터의 공개 역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밖에도 현재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부정한 방법이 일부 드러난 그룹 엑스원과 아이즈원의 활동 강행에 대해서도 비난 여론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