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피임법은 인위적인 방법이나 도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오로지 여성의 몸에 전적으로 의존해 생리주기와 배란기를 파악하고 관계를 맺어도 안전한 날을 체크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규칙한 생리주기와 5일쯤 되는 정자의 생존일수를 고려하면 이는 피임을 운에 맡기는 꼴이다. 요즘은 휴대폰 앱도 잘 나와 생리일을 입력하는 귀차니즘만 극복하면 된다. 절대 운만 믿지 말고 다른 방법도 함께 써야 한다.

월경주기 계산법은 여성의 몸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여성의 난자와 남성의 정자가 만나서 수정이 되고 착상이 되면 임신이 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 자궁은 내내 임신을 준비하다가 정자를 못 만나면 생리를 시작하게 된다. 난소는 난자를 생산하고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을 분비한다. 난소에서 생산된 난자가 배출되는 것을 ‘배란’이라 하며, 한 달에 한 개만 배란되는 난자는 이틀을 산다.

결국 배란된 난자가 살아 있는 기간에 살아 있는 정자를 만나지 않으면 피임이 된다. 생리주기가 규칙적이라면 계산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배란일을 기준으로 정자의 생존기간을 고려한 5일 전과 난자의 생존기간을 고려한 2일 후가 배란 예정일, 즉 가임기가 된다. 하지만 규칙적이지 않다면 지난 6개월간의 생리주기를 참고해 계산해야 한다.

기초체온법은 아침마다 체온을 재서 체온의 변화로 배란일을 알아내는 방법이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최대한 움직이지 않고 바로 체온을 재야 하며 6개월 정도 꾸준히 관찰해야 한다. 매일 기초체온을 측정·기록해 보면 생리주기 초기에는 저온기가 유지되고 배란 직전에는 체온이 약간 더 떨어진다. 배란 이후에는 0.3~0.4도 체온이 올라 고온기가 유지된다. 고온기가 되기 전 체온이 더 떨어졌다가 올라가는 이때를 배란일로 본다.

점액관찰법은 점액으로 배란일을 알아보는 방법이다. 자궁경부에서 분비되는 점액은 생리주기에 따라 점성도가 달라지는데, 점성도의 변화를 관찰하면 배란일을 알 수 있다. 생리가 끝난 직후에는 점액이 거의 없는 상태가 며칠 지속되다가 난포가 성숙하고 배란일이 가까워질수록 분비물의 양이 많아지고 묽어진다. 이때 점액을 만져보면 달걀 흰자위처럼 투명하고 미끈하다. 손가락을 벌렸을 때 점액이 길게 늘어날 정도로 묽을 때가 바로 배란일이다. 이후 다시 끈적끈적한 분비물이 나오다가 건조해지는 시기를 지나면 생리가 시작된다. 적어도 3개월 이상은 관찰해야만 생리주기를 예측할 수 있으나 정확하지는 않다.

소변의 LH검출법은 소변에 포함돼 있는 황체형성호르몬(LH)을 통해 배란일을 계산하는 방법이다. 난자의 생존기간이 2일이므로 배란일을 기준으로 배란 예정일 앞뒤 2~3일이 임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기다. 배란 직전에 LH가 급증해 24~36시간 이내에 배란이 되고 이 호르몬은 소변을 통해 배출되기 때문에 소변의 LH검출량을 측정해서 배란일을 측정하는 것이다. 생리주기가 불규칙한 경우에는 배란 예정일을 계산하기가 힘들어 이 원리를 이용한 배란 테스트기를 이용하는 이들이 많다.

■김선형은 누구?

한양대학교에서 간호학을 전공하고 임상 간호사로 일하며 수많은 여성들, 특히 일하는 여성들을 만났다. 그들이 처한 현실과 다양한 삶의 고충을 마주하면서 여성을 병들게 하는 것, 여성의 건강이 그들의 삶과 가정 그리고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갖게 됐다. 지금은 여성 건강과 인권에 관한 주제로 번역과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우리는 피임을 모른다’(도서출판 파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