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끝나고 곧 2월이다. 가요계에 본격적인 한 해 농사가 시작됐음을 뜻한다. 보통 그 전 해 11월 초 연말 각종 가요 시상식을 목표로 무더기로 컴백한 가수들의 ‘컴백 대전’이 있은 후, 연말 무대를 준비하거나 콘서트를 하느라 신보의 소식은 거의 들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 공백기는 설날 연휴가 끝나면 분주해 지기 마련이다.

1월 말이나 2월 초를 컴백 시기로 잡는 가수들의 공통점은 가수 경력의 중대한 변곡점을 앞두고 새로운 각오로 활동에 임하기 위한 경우가 많다. 실제 설 연휴 컴백하는 다양한 팀들이 중대한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가장 먼저 28일 그룹 젝스키스가 나선다. 젝스키스는 2016년 16년 만에 재결성된 이후 가장 큰 변화를 맞았다. 컴백 당시부터 ‘여섯 개의 수정’이라는 팀 이름과는 다르게 5인조로 돌아왔던 이들은 다시 최근 4인조로 재편됐다. 이들이 내는 첫 미니앨범 ‘올 포 유(All For You)’는 재편 이후 처음 결과물이다.

젝스키스는 2016년 재결성 후 ‘세 단어’ ‘특별해’ 등의 노래를 내고 활동하다 지난해 큰 타격을 받았다. 팀의 메인보컬이자 팬들을 몰고 다니는 멤버 중 하나였던 강성훈의 탈퇴 소식 때문이었다. 솔로 활동도 겸하고 있던 강성훈은 지난해 초 건강문제와 팬클럽과 관련한 각종 논란으로 팀 활동을 중단하고 YG엔터테인먼트와의 계약도 해지했다. 이번 앨범은 팀의 목소리를 대표하는 강성훈의 부재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큰 과제가 됐다.

젝스키스와 같은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의 그룹 아이콘(iKON) 역시 중대한 기로에 섰다. 공교롭게도 YG엔터테인먼트의 남성 그룹 젝스키스와 빅뱅, 아이콘은 모두 지난해 한 명씩의 멤버가 팀을 떠나는 ‘돌림병’을 앓았다. 특히 아이콘의 공백은 뼈아프다. 팀의 결성 당시부터 리더로서 중심을 잡으며 작사, 작곡, 프로듀싱도 겸했던 비아이(B.I)가 팀을 떠났기 때문이다.

비아이는 지난해 대마초 구입 및 흡연 의혹에 시달렸고 실제 경찰 조사에서 이 혐의의 일부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팀 활동을 지속할 수 없었던 그는 탈퇴를 결정하면서 팬들에게 큰 충격을 전했다. 다음 달 6일 컴백 디데이로 잡은 아이콘은 최근 6인조로 재편한 후 새로운 결의를 다지는 신보 ‘아이 디사이드(i DECIDE)’의 영상을 공개하면서 부활을 알렸다.

다음 달 3일 컴백하는 걸그룹 여자친구에게도 변화가 있었다. 다행이 악재에 의한 변화가 아닌 활동 터전의 변화였다. 여자친구는 소속사인 쏘스뮤직이 방탄소년단,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협력을 결정하면서 빅히트 특유의 ‘서사 노하우’를 전수받은 새 앨범을 낸다. 지난 21일 그동안 발표한 앨범의 지난 이야기를 담은 ‘어 테일 오브 더 글래스 비드:프리비어스 스토리(A Tale of the Glass Bead : Previous Story)’를 공개했다.

이들의 새 앨범은 ‘회:레이비린스(回:LABYRINTH)’로 명명됐으며 그동안 ‘파워청순’으로 대표되던 맑고 당당한 분위기에서 성숙함을 덧씌운 콘셉트로 변화했다. 실제로 이들은 미리 공개된 다양한 티저(맛보기) 콘텐츠를 통해 사색에 잠긴 듯한 모습으로 예전과는 다른 차분함을 강조했다. 여자친구는 그동안 독자적으로 걷던 서사에 ‘성장’의 코드를 넣고 빅히트 특유의 콘텐츠, 퍼포먼스, 뮤직 비디오 등에서 시너지를 노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