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D는 미국 비영리 재단입니다. 과학, 교육, 예술, 의학, 인권, 환경 등 다양한 방면에서 통찰력 있는 강의를 만들어 전파하는 곳입니다. TED는 기술(Technology),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디자인(Design)을 합한 겁니다.

홈페이지(ted.com) 강의들은 주옥같습니다. ‘가장 인기 있는 강의 25선’를 모아놓은 코너가 있습니다. 1위는 켄 로빈슨이라는 영국 교육학자 겸 영국 워릭대학교 명예교수 강의입니다. 2006년 게재된 강의는 6400만번 재생됐습니다. 제목은 ‘학교가 창의성을 죽이는가’입니다.

로빈슨은 창의성을 빼앗길 위기를 모면한 예로 질리안 린을 들었습니다. 린은 뮤지컬 ‘캣츠’, ‘오페라 유령’으로 명성을 날린 영국 최고 발레리나 겸 안무가입니다. 린은 런던 웨스트엔드와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안무가 중 한 명으로 살았습니다. 그는 1926년 태어나 2018년 사망했습니다.

린은 어릴 때 주의가 산만하고 집중력이 떨어졌습니다. 초등학교 담임 교사는 가정 통신문을 보냈습니다. 린을 특수학교에 보내라는 것이었습니다. 엄마는 딸을 데리고 병원으로 갔습니다. 의사는 “린을 잠시 혼자 놓아두자”며 어머니와 함께 자리를 떴습니다. 상담실에 있는 라디오를 켜놓고요. 음악이 흘러나왔고 린은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의사는 말했습니다.

“린은 아픈 게 아닙니다. 린은 타고난 댄서입니다.”

린은 이후 댄스 학교에 갔습니다. 로열 발레 스쿨을 나와 세계적인 발레리나 겸 안무가로 성공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만일 의사가, 요즘 식으로 말하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약을 처방했다면 린은 어떻게 됐을까요. 린이 약을 먹고 일반 학교 또는 특수학교에서 공부했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요. 그랬다면 린은 불행한 인간으로 삶을 마감했을지도 모릅니다. 로빈슨은 말합니다.

“전 세계 교육 체계에서 가장 윗단에 속한 과목은 언어와 수학, 도덕이다. 예술은 가장 아랫단에 있다. 그래도 예술과 음악은 연기, 춤보다는 높게 평가받는다. 수학이 중요하다면 춤도 중요하다. 몸은 머리를 운반하는 수단에 불과한가. 허리 위만(소위 머리로 하는 공부) 가르치는 것은 학생들을 모두 교수가 되라는 것과 같다.”

왜 이 강의가 가장 많이 리뷰된 강의가 됐을까요? 머리로 하는 공부가 공부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몸으로 하는 걸 잘하는 사람이라면 그걸 살려서 살아가는 게 자기 재능을 발전시켜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길이라는 걸, 그걸 전세계 사람들이 공감하기 때문일 겁니다. 운동선수, 학생 선수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몸으로 뭔가를 잘하는 것은, 머리가 좋은 친구들이 공부를 잘하는 것처럼, 그가 가진 재능일 뿐입니다.

민주국가에서는 누구나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 수 있어야 합니다. 그걸로 성공하지 못한다고 해도,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해봐야만 여한 없이 살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걸 배웠고 그걸 매 순간 경험하면서 살아갑니다. 운동해서 성공하든 못하든, 선수로 성공하지 못해 다른 길로 가든, 그건 자신이 짊어져야 하는 부분입니다. 학생 선수들도 다른 학생처럼 평등하게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공결 규정에 따라 훈련도 하고 대회도 나가면 됩니다. 일반 학생, 음악·미술 지망생, 취업준비생들이 공결 규정을 쓰는 것처럼요.

교육부는 최근 ‘학생 선수 학습권 보장을 위한 대회 및 훈련 참가 허용일수 변경 안내’라는 제목으로 공문을 내려보냈습니다. 지난해까지 수업일수 3분의 1범위(63~64일)에서 대회 및 훈련 참가를 허용한 걸 올해부터는 20일(초등학교), 30일(중학교), 40일(고등학교)로 줄이라는 겁니다. 학생은 공부해야 한다는 취지로 나온 결정으로 존중합니다.

학생 선수도 학생이고 우리 자녀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며 우리 미래입니다. 정말 학생 선수의 미래가 걱정됩니까. 그렇다면 일단 학생 선수들이 운동을 더 효과적으로, 더 안정적으로, 더 과학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주세요. 학생 선수들이 줄어든 훈련시간에 부상 위험과 불편함 없이 운동에 더 집중할 수 있는 방법도 강구해주세요. 학생 선수들이 정말 배우고 싶은 학습이 무엇인지, 그걸 어떻게 가르칠지도 연구해주세요. 학생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공부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내적, 외적 동인도 마련해주세요. 다수 학생 선수들이 프로선수가 되지 못해도 스포츠계에서 관련된 일을 하면서 머물 수 있도록 스포츠 시장을 키워주세요. 그게 우리가 학생 선수들을 위해 가장 먼저 고민하고 해줘야 하는 일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