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 신작 ‘도망친 여자’(The Woman Who Ran)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영화제에서 상영이 됐다.

올해 제70회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도망친 여자’는 홍 감독이 연인 김민희와 7번째로 함께 한 작품이다.

‘도망친 여자’에 대해 할리우드 리포터는 “흥미롭고 우스울 뿐만 아니라 당신 자신이 별로 말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할 때 무엇을 말하게 될지에 대한 진정한 명상”이라고 전했다.

버라이어티는 “여성 간 상호작용에 관한 활기 넘치고 진솔한 홍상수식 삶의 세 조각”이라고 분석했다.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도망친 여자’는 관계의 역학이나 성 역할을 값진 방식으로 건드린다”고 평했다.

영화제에는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 그리고 배우 서영화가 참석했다.

홍 감독은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영화 시작에 대해 “촬영을 시작할 때는 구조나 내러티브에 대한 전체적인 아이디어 없이 시작한다”며 “내가 하고 싶은 몇 개 소재로부터 시작하고 그다음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 반응으로부터 무엇이 나오는지를 본다”고 말했다.

홍상수 감독은 “삶은 어떤 종류의 일반화도 모두 뛰어넘는 것”이라며 “영화를 만들 때 모든 일반화와 장르 테크닉, 효과 등을 배제한다. 그리고 나 자신을 열고 믿는다”라고 했다.

영화 제목 ‘도망친 여자’에 대해선 “아직 무엇인지 결정하지 못했고, 단정 짓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김민희는 “감독님이 써주는 대로 잘 외워서 전달하면 의미 있는 연기를 할 수 있다”며 “의도에서 벗어났을 때는 감독님이 잘 잡아주신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서 배우들 간에 발생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서로 반응이 있고 새롭게 감정이 생긴다”며 “집중해서 상황을 받아들이고 연기하면 자연스럽게 감정이 생기고 변화가 온다”고 말했다.

‘도망친 여자’는 결혼 후 한 번도 떨어져 지낸 적이 없던 남편이 출장을 간 사이, 두 번의 약속된 만남과 한 번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과거 세 명의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 여주인공 감희를 따라가는 내용이다.

김민희와 서영화 외에도 송선미, 김새벽, 권해효 등이 출연했다.

서영화는 “감독님이 아침에 주시는 스크립트를 보고 촬영을 한다. 전체 시나리오를 보고 일하는 게 아니라 한 신, 한 신 집중해서 작업했다”고 밝혔다.

서영화는 또 “영화에 점점 여자 캐릭터가 중심적으로 나오지만, 여성과 남성을 구분하여 우위 관계를 보여주는 것을 의도한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며 “그날 그날 전달해주는 스크립트와 상황에 집중해서 연기했다. 사실 얼마나 더 많은 인물이 나오는지는 완성된 영화를 보기 전엔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홍상수 감도과 김민희는 영화 ‘지금은 맞고 그 때는 틀리다’ 이후 연인으로 발전했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 언론시사회 당시 이들은 불륜사실을 인정하고 “진솔하게 사랑하는 사이”라고 주장했다.

홍 감독은 2016년 11월 아내 ㄱ씨를 상대로 이혼 조정을 신청했으나 결렬되자 그해 12월 소송을 제기했다. 3년의 법적 공방 끝 지난해 서울가정법원은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기각 판결을 내렸다.

홍상수 감독 측은 이에 대해 “작품 연출과 현재 생활에 집중하기 위해 항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혼인 생활이 완전히 종료됐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사회적 여건이 갖춰지면 다시 법원의 확인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