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예능, 어디까지 진일보할까?

기적처럼 찾아온 ‘트로트 붐’은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과의 컬래버를 통해 더욱 활기를 띄고 있는 요즘이다. TV조선 ‘미스터 트롯’ MBC 에브리원 ‘나는 트로트 가수다’ MBN ‘트로트퀸’ 등 트로트를 전면에 내세운 가요 예능 프로그램이 봇물을 이루고 있으며 최근 MBC ‘편애중계’와 SBS ‘집사부일체’에서도 ‘트로트 경연’을 소재로 삼아 시청자의 눈길을 끌었다.

■트로트로 ‘해외 버스킹’을?

국내 트로트 열기가 뜨거워진 가운데 SBS ‘트롯신이 떴다’(이하 ‘트롯신’)는 눈도장을 찍기에 충분하다. 국내에서도 ‘지역 문화’, ‘비주류 장르’로 고착됐던 트로트로 ‘해외 버스킹’에 나서겠다는 역발상 전략이다. ‘K드라마’ ‘K팝’에 이어 ‘K트로트’의 위상을 해외에 알린다는 취지다. 남진, 김연자, 주현미, 설운도, 진성, 장윤정까지 국내 최정상 트로트 가수가 해외 관객들에게 레전드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들은 일찌감치 지난 1월 베트남 로케이션을 마치고 돌아왔다. 한류 아이돌 가수 정용화와 예능 대세 붐이 막내이자 일꾼으로 합세하며 예능감을 책임진다.

‘버스킹’이라는 점에서 JTBC 예능 ‘비긴 어게인’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트롯신’은 여러모로 다른 모양새를 취한다. 유럽의 풍경과 아름다운 음악 선율로 화면을 채웠던 전자와 달리 ‘트롯신’은 외국인들에게 ‘우리 노래를 알리자’는 근본적인 버스킹 취지에 부합한다. 국내 음악 정서와 흡사한 아시아권에서 버스킹의 첫 출발을 알리는 이유일 것이다.

‘트롯신이 떴다’ 4일 제작발표회에서 장윤정은 “트로트가 인기가 많다 보니 다양한 방송들이 생기고 있다. ‘트롯신’은 포커스가 신인이 아닌 (정통 트로트를 하는) 중견 가수들에게 맞춰진 예능 프로그램이다. 그것만으로 감사하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현미도 출연한 소감에 대해 “버스킹 경험은 일부러라도 못 하는 거다. ‘외국에 나가서 트로트를 알려보자’는 기획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고 실제 가보니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잊고 살았던 동료애도 느꼈다. 남진은 “제가 데뷔한 60년대에는 선배님들과 여관에서 함께 자면서 공연을 다녔다. 그때 그 시절 추억이 좋았는데 요즘은 끈끈한 동료애를 잃어버린 것 같아 아쉬웠는데 이번에 한 마음이 되어 공연을 하니 너무 좋았다”고 밝혔다.

주현미 역시 눈물을 흘렸다. “익숙하지 않은 외국에 던져진 우리가 같은 장르를 부르는 가수라는 유대감이 생기더라. 한 분 한 분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저 분의 노래를 진지하게 들었던 적이 있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항상 시간에 쫓기고 개인 스케줄에 바빴던 모습이 생각나 물밀듯이 감동이 밀려와 눈물이 났다. 그날 밤 공기, 어두운 조명, 함께한 우리들,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장윤정 역시 만감이 교차했다. “노래를 부르는데 선배님들이 진심으로 박수를 치며 응원해줬다. 특히 주현미 선생님은 나의 꿈이었던 분이다. ‘내가 스스로 많이 외로웠구나. 여기는 사랑하는 동료들이 있구나’라는 안도감이 들면서 눈물이 났다. 여러가지 복합적인 감정이 담긴 눈물이었다”고 설명했다.

■K트로트, 통할까?

‘트롯신’으로 해외 버스킹 무대로 외국인 관객과 호흡하고 온 가수들이 ‘K트로트’ 세계화 확장 가능성을 점쳤다.

장윤정은 “사실 처음 관객의 대부분이 정용화 팬이었다. 공연을 할수록 관객이 늘더라. 마지막에는 ‘진성!’ ‘주현미!’라고 소리 치며 팬덤이 생겼다. 관객들이 트로트에 대한 익숙함과 이해도가 며칠 사이에 생기더라. 가사를 몰라도 다같이 춤을 추는 것을 보면서 트로트가 가진 힘을 느꼈다.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긍정적인 의견을 전했다.

진성도 “트로트 세계화에 확신이 든다”며 “이미 국내에서는 ‘트로트는 나이 많은 사람이 듣는 노래’라는 고정관념이 깨졌다. 남녀노소 접할 수 있는 장르로 새롭게 태어났고 실력 있는 젊은 트로트 가수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들이 ‘트로트 세계화’에 앞장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설운도 역시 작은 출발이 큰 수확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과거 전통가요가 부진했지만 근래에 새로운 트로트 음악이 재조명되면서 세대화를 이뤘다. 무한한 확장성을 가진 인터넷 시대인 만큼 첫 발을 뗐다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아모르파티’ 같은 젊은 층도 흡수할 수 있는 획기적인 노래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트로트계 어른’ 남진도 “트로트의 정의는 ‘리듬’이란 뜻이다. 방탄소년단 같이 한국어 노래가 세계적으로 사랑받을 거라는 것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할 일이었다. 우리 트로트가 세계인에게 통할 수 있는 리듬과 멜로디를 연구하고 알린다면 세계화는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라고 희망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