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을 앞두고 발 묶인 KBO리그가 또 하나의 불안감을 안게 됐다. 외국인 선수들이 제때 합류하기를 기다려야 한다.

9일까지 10개 구단 중 5개 구단이 외국인 선수들을 동반하지 않고 귀국한다고 발표했다.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7일 귀국한 LG를 시작으로 삼성도 외국인 선수 3명을 모두 미국으로 보내고 국내 선수들만 귀국했다. 이후 3개 구단이 뒤를 따랐다. 미국 애리조나에서 귀국하는 KT, 한화와 대만 캠프를 마치는 키움도 모두 국내 선수들끼리 귀국한다.

코로나19 확산 사태 때문이다. 국내 전염 공포가 스프링캠프를 시작하던 2월초와는 비교할 수 없이 심각해지자 일부 외국인 선수들이 추후 합류를 희망했고 구단들은 수락한 상황이다.

표면적으로 가장 큰 이유는 가족이다. 대부분 외국인선수들은 가족을 동반해 한국에서 시즌을 시작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올시즌 초에는 당분간 홀로 한국생활을 각오해야 한다. 개막 전 조금이라도 가족과 함께 있고 싶다는 요청을 구단 입장에서는 매정하게 거부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런 선수가 전체 30명 중 15명이나 된다. 각 구단 선발 투수와 중심타자인 외국인선수들이 혹시라도 이탈할 경우는 시즌 전체를 망치는 최악의 상황이다.

일단 구단들은 선수와 신뢰 관계로 합의한 상태다. 키움 구단 관계자는 “한국에서 오래 뛴 브리검이 다른 두 선수와 이야기를 먼저 나눈 뒤 손혁 감독과 면담을 했다. 가족과 함께 올 수 없게 됐으니 추후 합류를 요청해왔다”며 “개막 2주 전 입국하는 조건으로 미국 어디에서 어떤 식으로 훈련할지 계획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감독님이 수락했다. 선수들도 믿고 결정해줘 감사하다고 답했으니 전적으로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LG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LG 외국인선수들은 18일까지 캠프를 연장하려던 계획이 갑자기 바뀌어 조기 입국해야 하는 상황에 대혼란을 맞은 상태였다. LG 구단 관계자는 “선수들이 처음부터 추후 합류 이야기를 꺼낸 것은 아니었다”며 “면담 과정에서 이야기가 됐고 합류 시기도 개막일이 확정되면 그 2주 전 출발해 48시간 내에 도착하겠다고 선수들이 먼저 약속했다. 선수들을 믿지 못할만한 불안한 분위기는 전혀 없었기에 구단도 요청을 수락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모든 구단이 최소한의 불안감은 있다. 개인훈련의 효율성도 문제지만 추후 코로나 19 사태의 진행 상태에 따라 이탈자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프로농구와 프로배구에서는 시즌 진행 중임에도 못 뛰겠다며 출국해버린 선수들이 여러 명 있다. 시즌을 시작도 하지 않은 프로야구에서 같은 사례가 나오지 않으리라고 확신할 수 없다.

현재 5개 구단 중 이 문제로 계약 관계상 안전장치를 따로 해놨다는 구단은 공식적으로 없다. 선수를 믿고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LG 구단 관계자는 “선수들에게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혹시라도 선수가 오지 않겠다고 하는 상황이 생기면 그 다음 단계에서 구단이 취할 입장과 운영 계획에 대해서는 에이전트에게 메일로 보내놓았다”며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하는 것이 계약이기는 하지만 스포츠는 사람의 마음을 무시할 수 없다. 국내 고참 선수들도 충분히 이해된다며 구단이 허락해주는 게 맞다고 해 결정에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한화 구단 관계자도 “그런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별도의 서류를 만들지는 않았지만 혹시 생긴다면 계약서대로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