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정우와 재벌가 인사에게 프로포폴을 상습적으로 투약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성형외과 의사가 자신의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19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성형외과 원장 ㄱ씨와 간호조무사 ㄴ씨 첫 공판을 열었다.

ㄱ씨는 2017년 9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강남 성형외과에서 피부미용 시술 등을 빙자해 자신과 고객들에게 148차례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간호조무사 ㄴ씨에게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시하고, 불법 투약을 감추기 위해 진료기록부 등을 허위 작성한 혐의도 있다.

ㄱ씨에게 프로포폴을 투약받은 고객 중에는 모 그룹 회장 셋째 아들 ㄷ씨도 포함됐다. ㄱ씨와 ㄴ씨의 변호인은 이런 혐의를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투약량 등이 부풀려졌다며 검찰이 신청한 증거를 상당수 동의하지 않았다. ㄱ씨 변호인은 “지나치게 부풀려지고 사실과 다른 것은 바로잡아서 최소한의 명예를 지키고 합당한 처벌을 받고자 병원 직원 등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5월 12일에는 이 병원의 간호조무사 등 직원들을, 14일에는 ㄷ씨 등을 불러 신문하기로 했다.

한편, 검찰은 ㄱ씨가 관련 자료를 대량으로 폐기한 경위를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230명의 진료기록부를 압수했는데, 2010년부터 강남 한복판에서 4층 건물 규모의 병원을 운영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너무 적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ㄷ씨 경우도 2014년부터 이 병원을 다녔다고 진술하는데 진료기록부는 2017년의 1장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ㄱ씨는 앞서 의료 브로커에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의혹 수사를 받으면서 압수당한 진료기록부들을 담당 경찰관이 나중에 돌려주면서 ‘폐기해도 좋다’고 말해 폐기했다고 한다”며 “현재 여죄의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실제로 담당 경찰관이 그런 말을 했는지 등 대량 폐기한 이유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ㄴ씨 휴대전화를 ㄴ씨 동생이 임의로 폐기한 정황도 수상쩍다며 경위를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검찰 주장을 받아들여 증인 등을 부를지는 추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이 프로포폴 불법투약 의혹과 관련해 10여 명의 리스트를 수사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후 이 가운데 하정우가 배우 출신 친동생 이름으로 차명 투약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가 됐다.

하정우 소속사 워크하우스컴퍼니는 이에 대해 지난달 18일 그가 피부과 치료 목적으로 프로포폴을 맞았을 뿐 불법 투약을 하진 않았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하정우 측은 “병원 측의 프라이버시 보호 차원으로 이해했다”며 그 증거가 될 원장 ㄱ씨와의 문자 메시지 내역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ㄱ씨에 대한 다음 공판은 오는 5월 12일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