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또한 지나가리라. 수없이 되뇌어도 위로가 되질 않는다.’

꿈을 이루려 떠난 외국에서 생각지 못한 거대한 장벽에 막혀 홀로 버텨내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코로나19에 발이 묶여 스프링캠프에 덩그러니 남아있던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이 지난 3월2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털어놓은 몇 줄의 고백은 큰 반향을 낳았다. 현지 언론 보도를 통해 전해지던 힘겨운 모습은 직접 적은 글을 통해 한국의 많은 팬들에게 더욱 깊은 안타까움으로 전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걱정하고 있던 팬들이 목소리를 냈다. 진심어린 위로과 격려의 말들은 김광현에게 그야말로 큰 힘이 되었다.

김광현은 SNS를 하지 않았다. SNS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고 팬들과 소통하는 젊은 선수들이 제법 있지만 2007년 KBO리그에서 데뷔해 10여년 동안 리그 정상의 투수로 활약한 김광현의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런 김광현이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 처음 올린 게시물이 바로 힘겨운 고백이었다.

김광현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메이저리그 시범경기가 중단되고 개막이 미뤄진 지난 13일부터 보름 이상을 거의 혼자 지냈다. 세인트루이스의 선수들은 대부분 집으로 갔지만 김광현은 스프링캠프가 중단된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에 발이 묶여있었다. 메이저리그 데뷔할 날을 꿈꾸다 갑자기 개막이 불투명해진 데 대한 불안감, 선발 경쟁에서 앞서나가다 멈춰야 하는 데 대한 아쉬움, 아직은 낯선 미국에서 혼자 버텨내야 하는 외로움으로 힘든 날들이었다. 통역 최연세 씨를 의지해 훈련장에 나가 운동했지만 혼자 하는 훈련의 한계를 매일 느껴야 했다. 코로나19에 비상이 걸려 밖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도 없었다. 불안감에 마땅한 취미 생활을 찾기도 힘들었다. 하루 24시간 중 야구장에 있는 몇 시간을 제외하면 숙소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 생활에 더이상 버티기 어렵다 싶을 때 김광현은 SNS의 문을 열었다.

‘나이에 비해 많은 성공과 실패를 경험했기에 어떤 시련도 잘 이겨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전 처음 하는 경험에 무너질 것 같은 지금, 나를 다잡기 위해 다시 노력해보겠다’는 김광현의 고백과 다짐에는 짧은 시간에 300개 넘는 댓글이 달렸다. 응원하고 있으니 힘내라는 격려의 글들이었다. 김광현의 에이전트인 김현수 브랜뉴스포츠 대표는 “현지 상황이 급격히 변하면서 김광현이 나중에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많이 힘들어했는데 지금은 회복했다. 한국에서 팬들이 전해준 댓글들을 보면서 진짜 많은 힘을 얻었다고,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김광현은 이후 이틀 뒤에는 꿋꿋하게 다시 혼자 운동하는 사진들을 게재했다. 아무 코멘트는 없었지만 ‘저 이제 괜찮아요’라고 말하는 듯한 사진에도 많은 팬들이 응원의 말을 전했다. 김광현의 SNS에 올라온 게시물은 이 2개가 전부다.

김광현은 현지시각 31일 아침 비행기를 타고 힘들었던 주피터를 떠났다. 앞으로 홈그라운드가 될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로 이동했다. 이제는 지원해줄 구단 관계자들도 모두 함께 있고 핵심 선수들도 개인훈련하고 있는 홈구장 부시 스타디움에서 훈련하며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다.

유명인의 SNS에는 가끔 우려의 시선이 따르기도 한다. ‘인생의 낭비’라고 한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의 말처럼 잦다보면 역효과로 이어지는 사례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하지 않았던 SNS를 시작했기에 주변에서 이런 걱정의 시선이 따르자 김광현은 “지금 잠깐만이에요”라고 선을 그었다.

새 도전을 앞두고 위기를 맞은 김광현은 자신을 붙들기 위한 방법으로 팬들의 응원을 택했다.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멈춰버린 지금 아주 잠시만, 멀리 한국에 있는 팬들의 목소리에 기대 무너지지 않고 ‘멘탈’을 지켜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