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3종 사태에서 당혹감을 안긴 또 다른 대목은 가혹 행위를 저지른 ‘팀닥터’ 안모씨(46)가 의료인이 아닌 무자격자였다는 사실이다. 당초 안씨는 의사 행세를 했지만 의사도 물리치료사도 아닌 운동처방사로 드러났다. 의료계에선 스포츠 현장에서 팀 닥터라는 표현이 중구난방으로 통용되는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한다.

팀닥터는 의사로 받아들이기 쉽다. 실제로 해외에선 스포츠 현장에 상주해 선수들이 다칠 경우 응급처치를 하거나 생명을 잃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의사를 팀 닥터로 지칭한다.

그런데 국내에선 안씨처럼 선수들의 운동과 재활을 돕는 운동처방사도 팀닥터로 부르다보니 의사와 물리치료사(PT), 운동처방사가 구분되지 않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졌다. 또 운동처방사는 별개로 선수 트레이닝에 전문성을 갖춘 선수 트레이너(AT)까지 혼재해 일반인들은 구분이 어렵다. 1990년대 초반부터는 아예 의사를 따로 분류하기 위해 팀 주치의라는 표현이 나왔을 정도다. 실제로 지방의 한 프로축구팀에선 의사가 팀닥터로 지원했다가 ‘왜 의사가 팀닥터를 하느냐’는 이야기를 듣는 웃지못할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사가 아닌 사람을 팀닥터로 호칭하는 체육계의 관행이 근본적인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모두가 팀닥터인 이상한 관행은 운동처방사가 선수의 치료까지 나서는 불법을 자행하게 만들 수 있다. 현행법상 치료 행위는 의료인인 의사와 의료기사로 분류되는 물리치료사만 가능하다. 물리치료사도 의사 지시에 따르는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치료에 나설 수 있다.

다행히 프로축구에선 잘못된 관행이 사라지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의무분과위원회가 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지침에 따라 각 구단이 최소한 1명의 의사와 1명의 물리치료사를 채용해야 한다고 조언한 덕분이다. 이번 사태가 일어난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경기)과 같은 아마추어 스포츠도 해결책은 있다. 대한체육회가 산하 단체들의 팀 닥터를 전수조사해 의료인의 면허 자격을 확인하고, 의료인의 채용을 의무화하면 된다. 부족한 재원은 정부의 지원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프로축구 구단의 팀 닥터로 활동하고 있는 한 의사는 “아마추어 종목이 프로처럼 의료인을 채용하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무자격자가 선수들의 건강을 관리하는 지금 같은 상황은 안 된다”면서 “모두가 힘을 모아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