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탈이 났다. 절정의 골 감각을 과시하던 손흥민(28·토트넘)의 상승세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제동이 걸렸다. 최소 한 달은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은 27일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2021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3라운드 홈 경기에 왼쪽 날개로 선발 출전했지만, 1-0이던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됐다. 전반 두 차례나 골 포스트를 때리는 슈팅을 날릴 정도로 인상적인 움직임을 보여준 손흥민을 살얼음판 리드 상황에서 조기 교체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졌다. 최근 토트넘의 타이트한 일정 속에 연이어 선발 출전한 손흥민을 오는 30일 2020~2021 카라바오컵(리그컵) 16강 첼시전에 출전시키기 위한 배려라는 해석이 많았다.

하지만 TV 중계 화면에서 전반이 끝난 뒤 라커로 향하는 손흥민의 얼굴을 썩 좋지 않았다. 이유는 부상 때문이었다. 조제 모리뉴 토트넘 감독은 경기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이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잠시 팀을 떠나 있어야 한다”고 침통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정확한 부상 정도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햄스트링 부상은 보통 회복까지 최소 한 달 정도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큰 부상은 아니지만 같은 부위를 또 다치는 경우가 많아 조심스럽다. 손흥민이 정상 컨디션으로 다시 그라운드를 밟으려면 빨라야 10월말이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예고된 부상일지도 모른다. 손흥민은 지난 보름간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해왔다. 지난 14일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을 시작으로 18일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2차 예선 로코모티프 플로브디프(불가리아)와 원정경기, 20일 사우샘프턴과 리그 2라운드, 25일 유로파리그 3차 예선 KF스켄디야(북마케도니아)전까지 4경기를 모두 풀타임으로 뛰었다. 두 유로파리그 원정은 모두 유럽대륙을 가로지르는 장거리 원정길이었다.

손흥민은 4경기에서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뛰어다니며 5골 2도움(EPL 4골·유로파리그 1골 2도움)을 몰아치는 맹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쌓인 피로에 장사는 없다. 토트넘에 입단한 골키퍼 조 하트가 북마케도니아 원정 직후 “정말 소화하기 어려운 일정”이라면서 “손흥민도 오늘 녹초가 된 상태에서 골을 넣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손흥민은 다음 뉴캐슬전에도 선발로 출전했지만 햄스트링 부상을 안게 됐다.

손흥민 개인에게도 안타까운 부상이지만, 토트넘은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토트넘은 이날 뉴캐슬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페널티킥 동점 골을 내주며 1-1로 비겨 악재가 겹쳤다. 손흥민이 빠진 뒤로 공격 전개가 답답해지면서 추가골을 뽑지 못한게 결정적이었다. 토트넘은 리그컵 첼시전에 이어 10월2일 유로파리그 플레이오프, 10월5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그 4라운드까지 험난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손흥민이 빠진 한 달은 토트넘에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