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힘들었던 건 방문을 열고 나가는거였다”

인기리에 종방된 JTBC 음악 경연프로그램 ‘싱어게인’을 통해 스타로 발돋움한 ‘30호’ 무명가수 이승윤.

그가 매주 무대에서 선보인 직접 편곡한 음악, 온 몸을 사용한 묘한 퍼포먼스는 실로 놀라웠다. 심사위원 김종진은 그에게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 다음으로 ‘30호’ 라는 별이 탄생했다’는 심사평을 하기도 했다.

매번 충격을 선사한 그의 무대 뿐만이 아니었다. 이승윤만의 철학이 느껴지는 정직한 어록 역시 시청자들의 마음에 큰 울림을 줬다. 무명 가수 10년, 그만의 내공이 느껴지는 주옥같은 어록을 돌이켜보자.

“나는 배 아픈 가수다. 재능 중 하나가 뛰어나신 분들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겁니다. TV를 보면 배가 아파서 사실 오디션 프로그램도 좀 많이 안 봤어요. 자주 배가 아프거든요…정직하게 말해서 제가 야망이 엄청 있는 사람은 아니예요.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지금보다는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제 이름을 알 수 있게 제가 한번 해보겠습니다”

- ‘30호’ 가수로 무대에 첫 등장해 자기 소개중

“30호 입니다”

-1라운드 박진영의 ‘허니’를 편곡해 부른 뒤 ‘이 노래의 장르가 대체 뭐냐’는 이승기의 질문에

“우리 둘을 분명히 붙일 것이고, 그게 너무 속상했어요.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되는가? 누가 이기든 지든, 패배자를 심사위원으로 만들자”

-3라운드 라이벌 미션에서 한 팀이었던 63호를 상대로 ‘치티 치티 뱅뱅(Chitty Chitty Bang Bang)’ 을 부르기에 앞서

“누군가가 좋아졌다고 다른 누군가를 깎아 내리고 비난하는 일은 부디 그만 둬 주셨으면 합니다. 하나도 안 기뻐요. 많이 슬퍼요”

-3라운드 후 ‘기타가 있었으면 좋을 뻔 했다’는 심사평을 한 심사위원 선미와 이해리에게 악플러들의 테러가 이어지자

“저는 어디서나 약간 애매한 사람이었거든요. 충분히 예술적이지도 않고 충분히 대중적이지도 않고 충분히 락도 아니고 충분히 포크도 아니고. 제가 지금까지 살아 남은 것, 환대를 받은게 어리둥절했습니다. 4라운드에서 제 존재 의의를 구체화해야겠다라고 생각을 했고요, 제가 애매한 경계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오히려 많은 걸 대변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무대 바깥에 정말 수많은 72호 가수들이 있습니다. 그 분들 대신 운 좋게 먼저 왔다고 생각하고 여기에 주단을 깔아놓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4라운드 ‘내마음에 주단을 깔고’ 를 부르기 전

“제 인생에 있어서 칭찬을 받아들인다는 건 쉽지 않은 영역이예요. ‘내 깜냥을 잘 알고 있다, 이것 이상으로 욕심부리지 말아라’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좋은 말에 항상 거리감이 있었습니다. 조언을 듣고 ‘어쩌면 내 그릇이 조금 더 클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라운드 무대를 마친 뒤 인터뷰에서

“저는 항상 전략이 같거든요. 저도 잘하고 싶고 상대팀도 잘해서 멋진 하나의 세트를 만들자”

-Top 6결정전에서 대결 상대로 태호를 고른 이유를 묻자

“꼭 ‘틀을 깨는 음악인’이라는 틀에 갇히고 싶지 않아서 제가 좋아하는 것들, 해보고 싶은 것들은 다 해보고 가려고 합니다”

-Top 6 결정전에서 BTS ‘소우주’를 부르며

“저는 방구석에서 혼자 깨작대며 음악을 하던 사람이었거든요. 가장 힘들었던건 방 문을 열고 나가는 거였어요. 이렇게 살다가는 정말 후회하겠다 싶어서 음악이라는거에 있어서 내가 최선을 다해볼 수 있는 거를 다해보자, 그런 마음으로 방문을 열었던 것 같습니다”

-최종회 결승 무대를 앞두고

“배가 아픈 관계로 집요하리만치 커버곡을 부르지 않던 가수의 이름을 아이러니하게 수많은 명곡들이 빛내 주었습니다. 족보 이야기가 나왔었지만 제 족보에는 심사위원님들의 이름과, MC님의 이름과, 경연에서 불렀던 곡의 주인이신 분들의 이름과, 셀 수 없이 많은 분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습니다. 파이널은 음악인이라는 삶을 살아주신 분들의 이름과, 저를 지탱해 줬던 노래들에게 바치는 무대이기도 했습니다. 배 아프게 해주셔서, 노래를 부르고 싶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승윤이라는 가수에게 마음을 전해준 수많은 분들. 미사여구 없이 감사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감사해서 감사합니다”

-우승 뒤 자신의 SNS에 못다한 소감을 밝히며

“사실은 ‘무명’이라는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누구나 무엇이든 이름은 다 있는데 빛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름이 없어’라는 뜻이 마음이 들지 않았어요. 그래서 스스로 이름을 되뇌이면서 살아야지 했는데 ‘무명가수전’에 출연하게 됐네요”

-16일 온라인으로 열린 JTBC ‘싱어게인’ TOP3 기자 간담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