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찰리 몬토요 감독은 아직도 개막전 선발 투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연막작전’이자 ‘신비주의 전략’이다. 류현진(34)이 뻔한 상황에서 굳이 ‘신비주의 전략’을 쓰는 것은 그만큼 류현진의 안정감에 대한 신뢰 덕분이다.

토론토는 22일 뉴욕 양키스와의 경기에 류현진 대신 태너 로아크를 선발 투수로 내보냈다. 류현진이 지난 16일 디트로이트와의 시범경기에 등판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날 마운드에 올라야 했다.

몬토요 감독은 류현진을 양키스전이 아닌 팀 청백전에 등판시켰다. 원정경기에 대한 부담감도 아니었다. 토론토는 이날 양키스와 홈경기를 치렀다. 어차피 붙어야 할 개막전 상대 양키스 타자들에게 류현진의 투구를 굳이 보여줘서 익숙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결정이다.

류현진은 더니든의 훈련 구장에서 열린 팀 청백전에 등판했다. 5이닝 동안 3안타 1볼넷 5삼진을 기록하며 점수를 내주지 않았다. 투구수는 77개를 기록했는데, 5이닝 이상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투구수다.

스프링캠프 시범경기는 타자들에게도 필요하지만 투수들에게도 꼭 필요한 과정이다. 상대팀 타자들을 상대로 여러 구종을 테스트하며 구위를 확인하고, 경기 감각을 끌어올려야 한다. 상대 타자가 어려워하는 코스를 공략해가며 제구를 다듬는 과정도 필요하다. 실전 경기 경험은 시즌 준비에 필수다.

토론토의 ‘신비주의’가 가능한 것은 류현진의 특별한 능력 덕분이다. 이미 자신이 가진 공을 원하는 곳에 던질 준비는 끝났다. 류현진이 캠프 내내 반복해서 말했듯 “투구수만 끌어올리면 되기” 때문이다. 토론토 포수 대니 잰슨도 “류현진은 첫 등판부터 지난해와 똑같은 각도, 똑같은 릴리스 포인트에서 공을 던진다. 류현진은 진짜 투구의 달인”이라고 말했다.

류현진과 개막전에서 맞붙을 것으로 보이는 양키스 에이스 게릿 콜은 이날 토론토전에 선발 등판했고 5이닝 1실점하며 삼진을 8개나 잡았다.

몬토요 감독은 여전히 ‘신비주의’ 전략을 고수하지만 류현진의 개막 준비는 베일 뒤에서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캐나다 스포츠넷은 22일 류현진의 다음 일정에 대해 ‘4일 휴식 뒤 27일 필라델피아와의 시범경기 때 마지막 등판을 하면, 2일 개막전에 하루 더 쉬고 등판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