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적인 한줄평 : 겉멋 벗고 다시 얘기해봅시다.

파격적인 게 늘 통하는 건 아니다. 진심으로 얘기해야만 서로 맞닿을 수 있다. ‘박화영’은 통했지만, ‘어른들은 몰라요’(감독 이환)라고만 말하는 10대들의 이야기가 자극 이상으로는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어른들은 몰라요’는 가정과 학교로부터 버림받은 10대 임신부 ‘세진’(이유미)이 가출 4년차 동갑내기 친구 ‘주영’(안희연)과 가출팸 재필(이환), 신지와 함께 유산하기 위한 험난한 과정을 어둡고 냉혹하게 그린다.

이환 감독에게 무슨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전작 ‘박화영’과는 결이 많이 다르다. 육두문자와 주먹 뒤에 숨긴 아이들의 진짜 마음을 다룰 땐 깊이감이 떨어져 그 울림도 적다.

전작에서 ‘박화영’(김가희)이 적절하게 거리감을 유지하면서 보는 이의 폐부를 찌르거나 미안한 마음이 들게끔 했다면, 이번엔 ‘세진’이 객석으로부터 너무나도 멀리 도망간 모양새다. 학교 폭력을 당하거나 담임 선생의 아이를 임신하고 학교가 ‘발설 금지’ 각서를 요구하는 장면 등 현실 속 있을 수 있는 가장 어두운 곳을 긁지만, 어째 메시지보다 ‘자극’에 더 집중한 느낌이다. 순수하게 비치지 않는다.

러닝타임 내내 ‘나쁜’ 어른들만 등장시키는 선택도 무관심하거나 책임감 없는 어른들과 사회를 향해 가르치려는 메가폰의 목소리가 묻어난 듯 하다.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보고 싶은 매력을 발견하기 어렵다. 특히 이환 감독의 전작을 좋아했다면 더 큰 아쉬움을 느낄 수 있다.

미덕은 배우들이다. 주연을 맡은 이유미와 ‘이엑스아이디 하니’를 벗고 배우로 돌아온 안희연의 또 다른 얼굴이 좋다. 기분이 롤러코스터처럼 오락가락하는 10대의 모습을 이질감 없이 표현한다. 러닝타임 127분, 오는 1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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