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위는 없지만, 그럼에도 ‘발라드 왕세손’이 돌아온다. 가수 정승환이 ‘초심’을 덧입힌 EP 앨범 ‘다섯마디’로 리스너들의 귀를 간지럽힌다. 데뷔 5년만에 세번째 EP 앨범이다.

“노래로 거짓말하고 싶지 않다는 초심은 변함이 없어요. 제가 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마음을 지키고 싶어하는 마음은 똑같거든요. 어려운 거잖아요. 실체가 없는 이야기 같기도 하고요. 제겐 몸부림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제가 진짜로 믿고 행동한다면 언젠가는 그 목표에 닿지 않을까요?”

정승환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다섯마디’ 속 5곡을 내놓는 설렘과 떨림, 그리고 오디션프로그램 ‘K팝스타’ 이후 7년여 달려오면서 느낀 소회들을 털어놨다. 음악에 대한 욕심과 똑부러진 말투가 어우러져 단단한 내공이 풍겼다.

■“아이유와 작업 감사해, 그런 선배를 꿈꿔요”

이번 앨범엔 반짝거리는 뮤지션들이 참여했다. 소속사 대표인 유희열은 비롯해 작사가 김이나, 아이유, 곽진언, 노리플라이 권순관 등이 정승환의 앨범에 색을 칠했다. 덕분에 타이틀곡 ‘친구, 그 오랜 시간’을 비롯해 ‘봄을 지나며’ ‘그런 사람’ ‘그대가 있다면’ ‘러브레터’ 등 5곡이 실렸다.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꼭 제가 경험한 것 뿐만 아니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야기를 제 목소리로 표현하고 싶었죠. 개인적으론 1번 트랙 ‘봄을 지나며’를 좋아하는데요, 아마 듣는 사람들도 많이 좋아하고 공감하지 않을까 싶어요.”

‘러브레터’를 작사·곡한 아이유와는 벌써 세번째 협업이다. ‘눈사람’ ‘십이월 이십오일의 고백’에 이어 또 한 번 손잡았다.

“매번 감사하고 감개무량해요. 대선배이자 슈퍼스타잖아요? 절 후배로서 꾸준히 잘 챙겨주고 제 목소리를 좋아해줘서 좋은 곡을 주는 것 같아요. 제가 감사하다고 말하면 오히려 ‘고맙다’고 말해주는 선배죠. 저도 누군가에게는 저런 선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해요.”

■“‘친구, 그 오랜 시간’ 경험담은 아니지만”

‘친구, 그 오랜 시간’은 외로운 짝사랑의 심경을 담담하게 녹여낸 곡이다. 실제 경험담이냐고 물으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처음 가사를 쓸 땐 이별 이야기였어요. 멜로디가 잘 안 살더라고요. 슬프지만 세레나데 느낌이 물씬 나는 멜로디라 ‘친구와 짝사랑’이란 테마가 생각났고, 가사를 쓰게 됐죠. 아마 제 경험이었다면 작사가 지분이 더 커지지 않았을까요? 하하.”

오랜 친구에 대한 깊은 마음을 풀어낸 가사는 정승환의 감성적인 목소리를 만나 극대화된다. 실제 사랑 노래에 특화된 목소리라고 하니 그만의 비법을 들려줬다.

“제가 ‘사랑’을 잘 안다고는 할 수 없어요.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왔던 19살에도 ‘어쩜 그런 절절한 감정이 나오니?’란 말을 들었지만 아직까지도 전 잘 모르겠거든요. 아마도 간접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들이 많아서 도움을 받나봐요. 녹음하기 전 좋아하는 영화들을 보고 감정을 끌어올리는 편인데, 이번 타이틀곡을 부를 땐 tvN ‘응답하라 1988’ 속 정환(류준열)의 영상을 계속 돌려보면서 감정을 잡았어요.”

수많은 고민과 선택 끝에 탄생한 앨범인 만큼 그가 바라는 것도 있다. 음원차트 1위보다도 더 갈망하는 거란다.

“오랫동안 여러분의 플레이리스트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 노래를 오래 기다려준 만큼 오래오래 간직할 수 있는 앨범이 되길 바라고요. 열심히 만들었으니 오래오래 사랑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목소리로 기억되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