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돌 학교’ 제작진의 투표 조작 사례를 밝힌 이들은 직접 행동한 시청자들이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 19단독 이원중 부장판사는 10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모 엠넷 책임 프로듀서(CP)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김모 CP는 법정구속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으로 방송 프로그램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돼 시청자 신뢰가 손상됐을 뿐 아니라 시청자들과 투표자들을 우롱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시청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그 해결 방법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날 선고공판에서 김모 CP가 투표 1위를 달리고 있던 A씨를 작위적으로 떨어뜨렸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재판부에 따르면 ‘아이돌학교’ 방송이 끝난 뒤 A씨가 1위를 달리자 김모 CP는 당시 김모 엠넷 제작국장에게 “A씨가 데뷔조와 이미지가 맞지 않다”고 보고했다. 이후 김모 CP는 A씨를 탈락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재차 전달했고 김모 제작국장은 이를 승인했다.

이날 재판부에서 언급된 A씨는 방영 초기 1위를 달리며 고정 팬층과 높은 인지도를 보였던 이해인이다. 이해인은 출연 초기부터 ‘아이돌학교의 전소미’ ‘아이돌학교의 끝판왕’으로 불리며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지만 최종회에서 11위로 탈락했다. 전회보다 무려 5계단이나 하락한 순위로 씁쓸히 무대를 내려와야 했다.

방송이 끝난 뒤 시청자들은 의문을 품었다. 이해인이 최종회에서 탈락 순위에 들 수 없다는 여러 증빙자료를 첨부하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투표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이해인 관련 커뮤니티는 엠넷의 사과와 진상규명을 요청했고 여론은 들끓었다.

엠넷은 입장을 내고 투표 조작 의혹을 부인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이해인은 실제 순위가 1위였지만 제작진에 의해 강제적으로 순위가 하향된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알려졌다.

이해인을 비롯해 다른 참가자가 제작진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았으며 시청자들이 알고 있는 방송 콘셉트와 다른 형식으로 녹화가 진행됐다고 직접 폭로했다. 이밖에도 제작진은 ‘탈락해도 연습생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트레이닝을 마련한다’고 시청자에게 홍보해왔으나 이 또한 지켜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해인의 부친 또한 지난해 10월 글을 올리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부친 이모씨는 “소속사는 이해인에게 개별 활동을 지원해주고 그룹으로 데뷔시켜준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고 2년이 흐를 때까지 방치했다”며 “이제 와 생각해보면 투표 조작 사건이 잠잠할 때까지 데리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당시 이해인의 팬들은 ‘아이돌학교’ 투표 조작 의혹에 대해 법적 대응을 준비했지만 이해인 본인이 이를 원치않아 무산됐다.

이모씨는 “도저히 사람으로서는 할 수 없는 비인간적 행동에 너무 억울해 글을 올렸다”며 “만약 증거가 확실히 나오면 꼭 바르게 정정됐으면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