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20)가 개막하기 전 대다수 전문가는 B조에 속한 덴마크의 16강 진출이 유력하다고 내다봤다. 덴마크는 올해 치른 15차례의 A매치에서 단 2패만 기록하는 쾌조를 보이며 질주하는 중이었다. 유로 예선에서도 무패(4승4무)의 전적으로 가볍게 본선에 올랐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위. 게다가 축구종가 잉글랜드도 차지해보지 못한 유로 우승컵을 1992년 대회 때 들어올린 화려한 전력도 지녔다.

‘중원의 사령관’ 크리스티안 에릭센을 중심으로 마르틴 브레이스웨이트·유수프 포울센이 펼치는 공격력은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파괴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핀란드와 1차전에서 예기치 못한 불상사가 터졌다. 에릭센이 경기 도중 심정지로 쓰러진 것. 결국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핀란드에 후반 결승골을 내줘 0-1로 일격을 당하며 조별리그 탈락 위기에 몰렸다.

‘설상가상’으로 두 번째 상대는 FIFA 랭킹 1위의 강팀 벨기에다. 덴마크는 오는 18일 오전 1시 조별리그 2차전에서 벨기에와 격돌한다. 첫 경기에서 로멜루 루카쿠의 멀티골에 힘입어 러시아를 3-0으로 완파한 벨기에는 우승 후보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덴마크로선 힘든 경기가 예상된다.

승부의 관건은 덴마크가 에릭센의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에 달려 있다. 토마스 델라니와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가 일단 중원을 책임지겠지만 에릭센이 맡아온 측면이 헐거워질 가능성이 높다. 공격형 풀백 다니엘 바스나 윙어인 로버트 스코프가 대안으로 거론되나 에릭센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베테랑 수비수 시몬 키예르가 중심을 잡고 동료들을 이끌어줘야 한다.

덴마크로선 최소한 무승부 이상 거둬야 16강을 바라볼 수 있다. 이 경기에서 패한다면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러시아전에서 이기더라도 16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다. 더구나 러시아와의 역대 전적에서는 1승1무9패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다. 핀란드·러시아와 1승 2패로 물고 물리는 상황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에 지더라도 득점을 올리는 게 필요하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벨기에에 밀리지만, 병상의 에릭센을 위해 배수진을 치고 경기에 임한다면 의외의 결과를 낼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경기가 자국 홈 구장인 코펜하겐의 파르켄 스타디움에서 열린다는 이점도 안고 있다.

루카쿠를 비롯해 드리스 메르턴스, 야닉 카라스코로 짜여진 벨기에의 매서운 공격력을 안드레아스 크리스텐센과 키예르 등이 포진한 덴마크 수비라인이 어떻게 막느냐도 승부를 좌우할 중요한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