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밟지 않은 눈을 한 번 밟아보고 싶었습니다.”

김정환(38)이 한국 펜싱 사상 최초로 3회 연속 올림픽 메달을 거머쥐었다.

김정환은 24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3·4위 결정전에서 산드로 바자드제(조지아)를 15-11로 꺾고 동메달을 차지했다.

김정환은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을,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남자 사브르 개인전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2020 도쿄올림픽 개인전 동메달까지 더해 김정환은 한국 펜싱 사상 올림픽 개인전에서 2회 연속 메달을 딴 최초의 선수이자 한국 펜싱 사상 처음으로 총 3개의 올림픽 메달을 가진 선수가 됐다.

김정환은 앞서 4강전에서 12-6으로 앞서다 12-15로 대역전패를 당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지금까지 맞대결에서 한 번도 진 적 없었던 루이지 사멜레(이탈리아·11위)에 처음으로 패배를 당했다.

결승에 가지 못한 채 3·4위 결정전에서도 7-10으로 뒤지다가 동점까지 따라붙은 상황이었다. 역전 점수를 올려 12-11을 만든 순간 상대 검에 뒷통수를 맞았다. 통증을 호소하며 잠시 경기가 중단됐고 순식간에 혹이 생겨 머리가 부어올랐다.

김정환은 “펜싱을 하면서 12-6이라는 점수 차로 앞서다 진 것은 처음이었다. 사실은 결승 진출에 그렇게 실패해 멍해 있었는데 머리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며 “이렇게 혹까지 났는데 여기서 동메달도 못 따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었다”고 돌이켰다.

그때 터진 후배 구본길의 한 마디에 더욱 정신이 들었다. 김정환은 “경기 전에 ‘형이 만약 머릿속이 하얘지면 너를 부를게. 장기 훈수 두듯 어드바이스를 해달라’고 했다. 거기서 본길이를 불렀더니 ‘공격적으로 들어가라’고 소리쳤다. 상대가 공격적으로 나오자 내가 수비만 하는 것이 보인다고 했다. 나도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움직여지지 않던 게 뒷통수 맞고 화도 나고 본길이도 소리치니 정신이 났다. 마무리가 잘 됐다”고 웃었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펜싱에 첫 메달을 안기고, 올림픽 3회 연속 메달을 따낸 김정환은 “남들은 1개 따기도 힘든데 내게 올림픽은 행운의 무대다. 훌륭한 지도자와 동료들이 있었기에 나도 있다”며 “개인전 메달을 꿈에도 생각못했는데 이렇게 메달을 땄고, 이제 목표는 단체전이다. 단체전에서는 더 멋진 경기를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