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방송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는 지금 이 프로그램이 가진 섭외력이 어느정도인지를 잘 보여준다.

이날 특별한 DNA를 물려받은 이들의 얘기를 다룬 ‘DNA’편에서 KBS 공채 개그맨 오지헌과 1990년대 국사 ‘일타강사’였던 오승훈 부자, MBC ‘일밤-아빠! 어디가?’에 출연했던 가수 윤민수의 아들 윤후, 올시즌 KBO 리그 타격왕을 차지한 키움의 이정후, ‘낙하’로 다시 한 번 인기를 구가한 남매듀오 악뮤가 출연했다.

오지헌의 아버지 오승훈씨와 윤후는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볼 수 없는 인물이다. 이정후는 비시즌에 돌입하며 방송출연이 가능해지자 첫 번째로 ‘유퀴즈’를 택했다. 악뮤는 활동 기간이 아님에도 일부러 ‘유퀴즈’를 위해 시간을 냈다. 게다가 마블스튜디오의 영화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주인공 톰 홀랜드도 영상으로 등장해 ‘자기님’을 연발했다.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조합이 ‘유퀴즈’에서는 일상이다.

따지고 보면 예능 출연에 까다롭기 그지없는 배우들도 ‘유퀴즈’는 자주 찾았다. ‘유퀴즈’에서는 공유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며, 배두나, 지진희, 신하균, 최우식, 조승우 등이 연이어 출연했다. 다음 주에는 넷플릭스 ‘D.P.’로 큰 인기를 얻은 구교환의 출연도 예정돼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유퀴즈에는 꼭 나오고 싶었다”고 했다. 악뮤 역시 ‘유퀴즈’를 좋아하는 프로그램으로 꼽으면서 부모님의 말을 빌려 “유퀴즈에는 꼭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이런 한결같은 반응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 보통 예능 프로그램 그것도 출연자의 생각이나 사생활이 내밀하게 드러나는 토크 프로그램은 연예인들에게는 선망의 프로그램이기도 하면서 한 편으로는 부담스럽기 마련이다. 유명세를 이미 획득한 연예인의 경우 말 하나하나가 대중의 관심을 받고 원치 않는 설화나 구설에 휘말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타고난 성품이 웃기는 것과는 거리가 먼 이들도 많기에 꼭 웃음을 줘야 하는 강박이 있는 예능을 원치 않는 경우가 많다. 이에 꼭 작품 등을 통해 홍보할 필요가 있을 때만 몇 개를 골라 출연한다.

그러나 ‘유퀴즈’에는 이러한 일반적인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 이는 프로그램의 역사와 흐름을 살피면 그 이유를 추론할 수 있다. 2018년 방송을 시작한 ‘유퀴즈’는 원래 거리나 동네를 돌아다니며 퀴즈를 풀 사람을 찾는 ‘찾아가는 퀴즈쇼’였다. 제작진과 유재석, 조세호 등 MC는 바닥을 누비면서 그때그때 토크가 필요한 출연자를 섭외했고 방송경험이 전혀 없는 이들에게서 믿을 만한 분량을 끌어내는 단련을 거쳤다.

‘유퀴즈’는 짧은 시간의 만남 동안 그 사람의 진심을 끌어내는 기술을 갖게 됐으며 이는 감각적이고 세련되면서도 때로는 따뜻한 편집과 함께 어우러졌다. 코로나19 시국으로 거리에서의 만남이 어려워졌을 때도 다른 연예인 일변도의 토크쇼와는 다르게 독특한 사연이 있는 출연자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했다. 이러한 자세는 ‘연예인 대상 토크쇼’가 아닌 ‘사람 대상 토크쇼’라는 이미지에 도움을 줬다.

충분한 공감을 얻자 스타들의 출연은 자연스러웠다. 지난 3월 방송된 방탄소년단의 단독 출연은 큰 전기였다. 그동안 다양한 사연을 다루며 깊어진 프로그램의 품은 너끈히 출연자를 품어 안았다. 이제부터는 유재석 뿐만이 아닌 그 명성으로 출연자를 유인하는 토크쇼가 된 셈이다. ‘유퀴즈’는 그렇게 대체불가한 토크쇼가 됐고,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