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형은 연기에 진심인 배우다.

지난 2019년 플레이리스트 웹드라마 ‘리필’로 데뷔한 그는 현재까지 9편의 작품, 세 편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OCN ‘경이로운 소문’의 ‘권수호’,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최성영’, 티빙 ‘어른연습생’의 ‘송이준’까지. 올해에만 5편의 작품에 출연하며 어느 때보다 바쁜 1년을 보냈다.

이찬형은 지난달 종영한 ‘어른연습생’에서 전작 ‘마이 스윗 디어’와는 180도 다른 연기를 선보였다. 스타 셰프 ‘윤도건’의 빈틈없는 모습은 온데간데없었고, 자유분방한 고등학생 ‘송이준’만이 남아 있었다. 데뷔 3년 차에도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주는 비결은 무엇일까.

지난 7일 서울시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 스튜디오에서 이찬형을 만나 그만의 연기 철학부터 앞으로의 계획까지 하나씩 짚어봤다.

■“‘송이준’은 자기감정에 솔직한 캐릭터”

이찬형은 축구 선수 출신으로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축구를 시작해서 20세까지 선수로 활약했다. 축구로 가득한 학창 시절을 보내서일까. 그는 ‘어른연습생’ 출연을 결정할 때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이 떠올랐다고 한다.

“축구에 매진하느라 학교생활을 제대로 참여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작품 안에서 고등학교 생활을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죠. 처음 ‘어른연습생’ 대본을 받았을 때 내용이 너무 좋았고, 교복을 입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점점 커지더라고요. 작품 중간에 등장하는 코믹한 부분도 재밌게 느껴졌고요. 그래서 ‘송이준’ 역으로 오디션을 2번 봤고 ‘어른연습생’에 출연하게 됐어요”

티빙 ‘어른연습생’은 총 3편, 7회의 옴니버스로 구성된 드라마로 10대 청춘들의 고민과 사랑을 담은 혈기왕성(性) 코미디다. 이찬형은 3~5회에 해당하는 ‘유라 편’에 출연해 배우 조유정(유라 역), 려운(남호 역), 박세현(강다현 역)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이찬형이 맡은 ‘송이준’은 극 중 ‘유라’(조유정)의 전 연인으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인물이다.

“드라마 속에서도 잘 드러나지만 이준은 말할 때 거침없어요. 한 번쯤은 고민해보고 말할 법한 내용인데 말이죠. 그렇지만 이준이 놓인 상황을 상상하고, 대사를 찬찬히 읽어보면서 자기 생각을 갖고 직진하는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여기에 초점을 맞춰서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고민했죠. 제가 이준으로서 말할 때도 이 대사를 하는 이유와 명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캐릭터가 놓인 상황적 맥락을 잘 전달하려고 노력했어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축구 인생 10년 차에 배우로 전향하다

이찬형은 축구를 하는 도중에도 연기에 대한 열망을 지울 수 없었다. 지난 10년간 축구에 매진했지만,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에 부천 FC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축구 선수에서 배우의 길을 걷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 생각해보면 배우와 축구 선수라는 꿈을 동시에 꿨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가족들과 영화관을 자주 갔었는데, 이때 스포츠 영화를 주로 봤어요. 여러 작품을 볼 때마다 스포츠 선수와 배우가 멋지다고 생각하게 됐죠. 일단 축구를 먼저 시작했지만, 워낙 부상도 잦았고, 선수를 계속하기에는 정신력이 약해졌다고 느낄 때가 있었어요. 이런 와중에도 드라마나 영화는 계속 보니까 ‘연기하고 싶다’, ‘배우 하고 싶다’는 생각은 커져만 갔죠. 축구와 연기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오랜 시간을 고민했던 것 같아요”

이찬형은 연기에 대한 열정이 커져 배우로 전향한 것일 뿐 만성적인 부상이 연기 시작 계기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학창 시절에도 축구를 하는 자신의 모습과 배우의 꿈을 이루는 자신을 떠올리며 생각을 거듭했다고 한다. 때로는 친구들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며 상담을 받기도 했다고.

“친구들한테는 항상 ‘나 연기하고 싶어’ 이렇게 이야기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연기를 시작했을 때도 ‘드디어 연기하네’라는 반응을 보이며 열띤 응원을 보내줬죠. 반면 부모님은 선뜻 긍정적인 뜻을 내비치지는 않으셨어요. 10년 동안 축구를 해온 만큼 제가 선수를 그만둔다는 게 상상이 되지 않으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잘할 수 있다’, ‘해보겠다’고 부모님께 제 의지를 보여드렸고, 오랜 설득 끝에 부모님으로부터 지지와 응원을 받을 수 있었어요”

■“나의 색깔은 하얀색”

이찬형은 연기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다. 레지던트부터 PD 지망생, 스타 셰프, 고등학생까지 저마다의 서사와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에 완벽히 몰입한다. 그는 연기력 향상을 위해 “캐릭터 분석을 진심으로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어떤 일을 하든 ‘고민할 시간에 행동으로 옮기자’는 생각으로 살고 있어요. 연기를 시작하고 나서도 ‘모든 방법으로 다 연습해보자’는 마음이었죠. 여러 방법을 하나씩 시도해보면서 저에게 맞는 방법을 찾게 됐어요. 배역과 저의 공통점을 찾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거죠. 대본 속 캐릭터가 놓인 장면을 상상하면서 ‘내가 저 상황이라면 어떻게 행동할까’라고 질문을 던지며 계속 고민해요. 이런 상상을 통해 캐릭터와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 같아요”

현재까지 9편의 작품에 출연한 이찬형은 데뷔작 ‘리필’의 새 시즌 ‘리필-If Only’를 제외하곤 모두 오디션을 보고 출연하게 됐다. 다양한 작품과 배역을 시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작과는 또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게 재미있게 다가왔어요.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고,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도 하고요. 요새는 로맨스나 멜로 장르에 도전하고픈 마음이에요. 시청자들이 보시기에 연기라고 생각되지 않는 자연스러운 캐릭터의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네요”

매번 새로운 도전을 하는 이찬형에게 자신의 색깔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묻자 그는 “하얀색”이라고 답했다.

“제 연기와 인간상에 대한 목표를 표현한 거예요. 어떤 상황이든 잘 녹아들 수 있고, 다른 사람들과도 잘 어울릴 수 있는 모습이랄까요. 연기에서든 인간관계에서든 조화로운 사람이 되고 싶거든요”

1시간의 인터뷰 끝에 바라본 이찬형은 연기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배우였다. 무언가를 고민할 시간에 행동으로 옮긴다던 그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청춘의 모습이었다.

“스크린에서 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앞으로의 목표 중 하나에요. 나중에 모든 준비가 됐을 때는 연극도 도전해보고 싶네요. 지금의 바람은 제 출연작을 보시는 분들께 힐링의 시간을 전해드리는 거예요. 바쁘고 힘든 일상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도록 긍정적인 에너지가 전달되면 좋겠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연기를 시작한 만큼 꾸준히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한 작품이 끝나도 그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배우 이찬형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