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주장 기성용(32)이 2021시즌을 돌아보면서 “기대감 속에 내년을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성용은 시즌이 끝난 뒤에도 구리 챔피언스파크에 나와 개인 훈련을 하고 있다. 16일 만난 기성용은 “개인적으로 30경기 이상을 뛰겠다는 목표로 시즌을 시작했다. 오랜만에 30경기 채운 시즌이라 개인적으로 의미가 크다. 몸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고, 내년엔 올해보다 더 건강하게 뛰고 싶다”고 밝혔다. 기성용과의 인터뷰를 언급된 3명의 인물 중심으로 풀었다.

■안익수

기성용은 먼저 “박진섭 감독님께 많이 죄송한 마음이 크다”고 미안함을 전했다. 서울은 지난 시즌 박진섭 감독 체제로 시즌 개막을 맞았다. 우승 경쟁권 도약이 기대됐지만, 시즌 초반부터 꼬인 매듭을 풀지 못하며 추락을 거듭했다. 결국 박진섭 감독은 시즌 도중 지휘봉을 내려놨다.

안익수 감독이 ‘소방수’로 투입되면서 서울의 터닝포인트가 생겼다. 처음으로 2년 연속 파이널B로 추락했지만, 마지막 11경기에서는 6승4무1패라는 놀라운 반전 스토리를 썼다. 서울은 7위로 시즌을 마쳤다. 기성용은 “롤러코스터같은 시즌이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시즌을 끝내는게 아쉬울 정도”라고 했다.

안익수 감독은 평소 기성용을 “성용이 형”이라고 부른다. 주장으로 어린 선수들의 롤모델이자 정신적인 버팀목 역할을 해주는 리더에 대한 예우다. 기성용은 “감독님이 늘 믿어주시고, 그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더 열심히 뛰었다”면서 “사실 성적이 안나와 압박감이 컸는데, 감독님이 오신 뒤로 짐을 많이 내려놓을 수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안익수 감독과의 다음 시즌도 기대했다. 기성용은 “감독님은 늘 열정적이고 축구 공부를 열심히 하신다”며 “서울의 축구가 현대 축구 트렌드를 주도하고 팬들에게 즐거움을 줘야 한다는 감독님 철학에 공감한다. 감독님 축구가 지루하지 않고 역동적이라는 점에서 선수들도 좋아한다”며 더 강해지고 재미있어질 서울 축구에 대한 확신을 표현했다.

■박주영

팀의 최고참인 박주영은 FC서울과 계약이 끝나는 이번 겨울, 팀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박주영은 해외에서 뛴 시간을 뺀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서울의 간판선수로 활약했다. 대표팀과 서울에서 박주영을 늘 우상처럼 바라봤던 기성용이 받은 충격도 크다. 기성용은 “서울에 올 때도 주영이 형과 많이 얘기했다. 서울에서 함께 우승컵을 들어올리자고 했는데…”라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기성용은 “주변에서 주영이 형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든, 또 어떤 결정을 내리든 여전히 우리에게 히어로 같은 존재”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선수가 나이를 먹으면 기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훈련하면서 본 주영이 형의 센스나 움직임, 결정력은 아직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형이 어떤 부담도 없이 축구선수로서 마지막을 잘 준비하고 즐겼으면 좋겠다”며 진심어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손흥민

기성용은 내년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 복귀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대표팀 경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후배들이 잘해주고 있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기성용은 2019년 대표팀에서 은퇴했다. 이후 기성용이 빠진 대표팀은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확정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기성용의 빈자리를 여전히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기성용은 “벤투호의 경기력을 두고 말도 많지만 개인적으로 위기라고 생각할 시기는 없었다”면서 “대표팀에서 뛰는게 얼마나 힘든지 잘 안다. 모두 100% 만족시킬 수 있는 경기는 없겠지만 우리 선수들 모두가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해줬기 때문에 순항할 수 있었다. 월드컵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후배들을 치켜세웠다.

특별히 자신에 이어 대표팀 주장 완장을 찬 손흥민(토트넘)을 향한 응원을 잊지 않았다. 기성용은 “손흥민은 팀에서 너무 잘하고 있어서 대표팀에서의 경기에서 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그 레벨에서 경기를 뛰는게 얼마나 부담이 큰지 안다”면서 “늘 자신의 이름에 맞는 결과를 내는게 쉽지 않는데, 그래도 다른 선수들이 밸런스를 잘 잡아주고 있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