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고스트버스터즈’ 시리즈로 유명한 할리우드 거장 이반 라이트만(Ivan Reitman) 감독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났다. 향년 75세.

13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라이트만 감독이 전날 밤 캘리포니아주 몬테시토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유족들은 전했다. 유족들은 그가 자는 도중에 숨졌다고 밝혔지만, 자세한 사인은 공개하지 않았다.

두 딸 캐서린, 캐롤라인과 대를 이어 영화감독이 된 아들 제이슨은 공동성명에서 “살아가면서도 항상 마술적인 것을 찾아보라고 가르쳐줬던 남편이자 아버지, 할아버지인 라이트만 감독을 예상치 못하게 잃어 가족이 슬픔에 빠졌다”며 “영화를 통해 그를 만났던 사람들은 그를 항상 기억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반 라이트만 1984년 제작한 고스트버스터즈는 호러 코미디 장르 명작으로 꼽힌다. 고스트버스터즈는 유령 퇴치 업체 고스트버스터즈를 설립한 심리학자들이 뉴욕에 나타난 유령을 물리치는 내용으로, 독특한 소재와 유머, 멤버들 간 조합을 내세워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미국 전설적 코미디언 빌 머리 주연인 이 영화는 당시 전 세계에서 흥행수익 3억 달러를 거두며 큰 성공을 거뒀다. 국내에서도 개봉 당시 그해 전체 박스오피스 4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영화뿐만 아니라 고스트버스터즈 회사 로고와 OST(오리지널 사운드트랙)까지 크게 유행했고 이런 인기를 토대로 1989년 2편도 나왔다. 2016년 리메이크작이 나왔고, 지난해에는 아들 제이슨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라는 이름으로 32년 만에 속편까지 제작했다.

1978년 개봉한 ‘애니멀 하우스의 악동들’ 연출을 맡으며 명성을 얻기 시작한 이반 라이트만 감독은 이외에도 여러 작품을 남겼다. 1988년 할리우드 액션 스타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데니 드 비토와 이란성 쌍동이 형제 캐릭터 연기를 한 ‘트윈스’가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데 이어 1993년에는 정치 풍자극 ‘데이브’가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후보작으로 꼽히며 작품성도 인정을 받았다.

아이바 라이트만 1997년에는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Walk of Fame)에도 입성했다.

1946년 체코슬로바키아(현 슬로바키아)에서 유태인으로 태어난 그의 어머니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생존자였으며, 아버지는 나치에 대항하는 저항군으로 활동했다.

전후 라이트만 감독이 4살 무렵 체코슬로바키아가 점차 공산화되자 가족은 친척이 살던 캐나다 토론토로 이주했했다.

캐나다에 정착한 라이트만 감독은 온타리오주 해밀턴 맥마스터대학에서 수학하는 중 단편 영화를 제작하며 감독으로 발걸음을 조금씩 내디뎠다.

이반 라이트만 감독은 생전 AP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고스터버스터즈의 성공 요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호러, 코미디 영화라지만 나는 (영화를)진지하게 다뤘다. 사실적이면서도 정직한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2016년 고스트버스터즈의 리메이크작을 제작한 폴 파이기 감독은 트위터에서 “라이트만 감독과 가깝게 지내며 일할 수 있어서 자랑스러웠다. 항상 배우는 시간이었다”며 “코미디계에 있는 모두가 그에게 빚진 것이 많다”고 애도했다.

미국 배우 쿠마일 난지아니는 SNS에 “그는 전설이었다”면서 “그가 남긴 위대한 영화의 수는 터무니없이 많다”고 썼다.

AP통신은 “항상 코미디와 웃음이 주는 힘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고 고인을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