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시즌 개막전에서 포항 스틸러스에 당한 0-3 패배의 충격을 잊을 만한 희소식이다. 제주 유나이티드가 국가대표 출신 미드필더 구자철(33)의 복귀를 성사시키며 희망에 부풀었다.

제주는 지난 22일 구자철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아직 계약상 세부 조율은 남겨놨지만 큰 틀에서 합의는 끝났다. 24일 입국하는 구자철은 자가격리가 끝나는 내달 3일쯤에 입단 기자회견도 예정하고 있다.

올시즌 리그 5연패에 도전하는 전북 현대, 전북의 유일한 대항마인 울산 현대간 ‘2강’ 싸움을 위협할 ‘다크호스’로 꼽혀왔던 제주는 구자철의 가세로 전력 완성도를 더 끌어올렸다. 제주는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우승 구도를 묻는 감독 공통질문(유효표 11개)에서 전북(5표), 울산(4표)에 이어 2표를 받았다. 전북 김상식 감독은 “전력이 좋아졌을 뿐만 아니라 전북, 울산이 올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참가로 타이트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반면, 제주는 리그에만 집중하면 된다”고 견제했다.

남기일 감독 역시 욕심을 숨기지 않는다. 그는 시즌 전 “3강 체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남 감독의 자부심은 짜임새 있는 미드필더 라인에 있다. 지난 시즌 득점왕인 주민규(22골)의 건재 속에 중원도 리그 정상급으로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겨울 빼어난 볼 배급 능력에 슈팅력까지 갖춘 윤빛가람을 울산에서 데려왔다. 여기에 전북에서 부주장이던 수비형 미드필더 최영준까지 영입했다. 구자철의 영입은 화룡점정이라 할 만하다.

구자철은 2007년 제주에서 프로에 데뷔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4시즌 동안 공식전 총 94경기에서 9골 19도움을 기록했고, 2010시즌 제주는 구자철의 활약으로 리그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구자철은 이듬해 볼프스부르크(독일)로 이적하며 K리그를 떠났다.

11년 만의 K리그 복귀지만 구자철이 여전히 축구선수로 매력적인 30대 초반이라는 점은 기대감을 높인다. 기량 뿐 아니라 유럽무대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커리어에 대표팀에서도 주장을 맡았던 리더십까지 더해지면서 보이지 않는 팀 전력을 끌어올리는 효과도 분명하다.

문제라면 구자철의 팀 합류 시점이다. 구자철은 지난해 10월 시즌을 마친 뒤로 개인 훈련을 해왔지만 오랜 실전 감각이 생긴 상태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격리가 끝나는 3월부터 훈련 페이스를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몸상태가 어느 정도인지가 관건이다.

과거 공백기를 갖고 친정팀으로 돌아온 기성용(FC서울)의 케이스와 비교하면, 실전까지는 적어도 한 달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상적으로 팀 전력에 플러스가 되려면 두 달 이상이 걸릴지도 모른다. 제주에게도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