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렁이 담 넘듯 하다’란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것 아닐까. ‘논란의 여왕’ 서예지가 활동 중단 1년여만에 복귀를 꾀했다. 케이블채널 tvN 새 드라마 ‘이브’ 대본 리딩 현장 사진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은근슬쩍 활동 신호탄을 쐈다. 그러나 대중의 시선은 냉담했다.

25일 서예지가 주연인 ‘이브’ 측은 배우들이 함께한 대본 리딩 현장 사진을 공개하며 드라마의 시작을 알렸다.

‘이브’는 대한민국 0.1%를 무너뜨리기 위해 13년간 복수를 설계한 이라엘의 이야기를 담는다. 서예지는 이라엘 역을 맡아 0.1% 상류층 부부의 2조원 이혼소송의 주인공으로서 극을 이끈다.

앞서 서예지는 과거 연인 김정현과 ‘가스라이팅’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한 매체가 공개한 김정현과 서예지의 교제 당시 문자에는 “김딱딱씨, 스킨십 다 빼시고요” “오늘은 왜 어떻게 했는지 말 안해?”(서예지) “오늘 여자 스태프에게 인사도 안 했고요. 다른 사람한테 완전 딱딱” “감독한테 다시 한 번 로맨스 안 된다고 못 박았어요”(김정현) 등의 내용이 들어있다. 이 시기는 김정현이 MBC ‘시간’ 제작발표회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태도 논란으로 구설에 오를 때와 일치한다. 이 때문에 서예지가 김정현을 조종하는 게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서예지 측은 김정현과 사건을 두고 “업계에서 연인 사이 간에 흔히 있는 애정 싸움이다. 개인의 미성숙한 감정으로 많은 이에게 심려를 끼친 점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 우회적 입장을 내놨지만 이후 학폭 의혹, 학력위조 의혹, 스태프 갑질 의혹 등 각종 의혹들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특히 학력위조 의혹은 치명적이었다. 서예지는 종합편성채널 JTBC ‘아는 형님’에 출연해 과거 스페인의 한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고 말했지만, 한 누리꾼이 “서예지가 스페인에서 대학교에 입학한 적이 없었는데도 인터뷰에서 명문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다가 휴학하고 연기자가 됐다고 하더라”고 주장한 글이 화제가 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파문이 커지자 서예지 측은 “서예지가 스페인 마드리드 소재 ‘마드리드 콤플루텐세 대학교’에 합격 통지를 받아 입학을 준비한 사실이 있으나, 그 이후 한국에서의 활동을 시작함에 따라 정상적으로 대학을 다니지 못했다”고 해명했지만 싸늘한 시선은 쉬이 거둬지지 않았다.

서예지는 해명하는 대신 ‘묵묵부답’을 택했다. 광고주들은 서둘러 서예지와 손절하고 출연 얘기가 오갔던 OCN ‘아일랜드’ 건도 불발됐지만, 서예지는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그동안 끊임없이 쏟아졌던 각종 의혹이나 논란에 대해서도 직접 입을 열지 않았다.

결국 1년간 잠잠하던 그가 택한 복귀 방법은 ‘슬쩍 묻어가기’였다. 이날 ‘이브’ 제작진이 공개한 사진 속에서 박병은, 유선, 이상엽과 나란히 선 채 눈에 띄지 않게 복귀를 선언한 셈이다.

그렇다면 제작진은 서예지의 논란 등을 감수하고 왜 그를 택한 것일까. 제작진은 “‘이브’는 ‘이라엘’이 복수를 펼치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하는 과정이 담긴 만큼 탄탄한 연기력과 몰입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서예지는 강단 있는 이미지와 이라엘을 몰입감 있게 소화해낼 수 있는 에너지를 지닌 배우”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첫 미팅, 첫 만남부터 누구보다 대본을 철저하게 분석해왔다. 캐릭터에 대한 높은 이해와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캐스팅을 확정 짓게 된 주요 이유다”고 설명했다.

서예지는 오로지 연기력 하나로 제작진의 믿음을 확신으로 바꿔줄 수 있을까. 혹은 여전히 논란을 지우지 못해 복수극의 몰입도를 깨버릴까. 그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