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인터뷰 중 나온 질문 하나는, ‘테이블세터’ 홍창기와 박해민에 관한 것이었다.

지난 12일 시범경기 수원 LG-KT전. 1회초 시작과 함께 LG 1번 홍창기와 2번 박해민이 연속 볼넷으로 출루하며 무사 1·2루 기회를 만든 장면에 대한 ‘다시보기’였다.

류지현 LG 감독은 우천에 이은 그라운드 사정으로 경기가 취소된 13일 인터뷰에서 대답을 잠시 멈칫했다. 어떤 질문에도 청산유수로 조리 있게 답을 이어가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류 감독은 한 박자 숨을 죽인 뒤 “이 부분은 조금 조심하는 게 좋겠다”며 “다만 기대했던 대로 잘 하고 있다. 자리를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두 선수에 대해 칭찬을 하면서도, 그 내용을 놓고는 구체적인 부분을 지목하지 않았다. 홍창기를 두고는 “이제 완전히 궤도에 오른 것 같다”고 했고, 박해민을 두고는 삼성 시절인 지난해 말 이후 재활을 해온 왼손 엄지를 거론하며 “손가락 걱정에 페이스를 닷새에서 일주일 정도 늦췄는데 컨디션이 적절히 잘 올라오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 대답이 어려운 질문은 아니었다. “테이블세터답게 볼을 잘 봤다”고 하면 그만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류 감독이 이 질문에 답변 수위를 조절한 것은, 혹여 리더의 코멘트 하나가 전체 타선에 의도하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였다.

LG는 지난 해 구단과 현장 모두에서 ‘눈의 야구’에 주목했다. 야수진 가운데서는 신기의 ‘선구안’으로 화제가 된 홍창기가 가장 도드라진 선수이기도 했다. 본인 존을 적절히 설정해 초대한 확률 높은 타격을 하자는 취지였는데, 이는 당초 의도와는 달리 해석되고 이해되는 측면이 없지 않았다. 타자들 전반의 적극성을 떨어뜨리는 배경이 됐다는 분석도 일부 따랐다.

LG는 지난해 강력한 불펜진을 보유했지만, 타선이 좀체 터지지 않아 경기 후반 답답한 경기가 많았다. 팀타율과 팀 OPS 모두 리그 8위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팀 볼넷수(592개)는 6위로 그보다는 좋았다.

과감하게 스윙하는 것과 차분하게 볼을 보는 것 중 어느 쪽도 정답일 수는 없다. 타자 스타일에 따라 또 다를 수도 있다.

다만 류 감독을 포함한 주요 스태프는, 새 시즌 한쪽 방향성을 두고 LG 타자들을 하나의 틀에 가두지는 않을 생각이다. 자신 있을 때는 적극적으로 주저없이 때리라는 게 기본 방침이다. 선수 시절 신의 경지의 ‘노림수’로 타격을 했던 이호준 타격코치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홍창기와 박해민은 연속 볼넷으로 출루하며 무려 14구의 공을 던지게 했다. 칭찬하고 싶은 말들이 턱밑까지 올라왔을 것으로 보이지만, 일단 살짝 눌러놓은 류 감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