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이면 기억 한 켠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만우절에 세상을 떠난 홍콩 배우 고(故) 장국영이다.

장국영은 지난 2003년 4월 1일 47세의 나이로 홍콩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의 비보는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지만 일부 팬들은 사망 당일이 만우절인 것을 고려해 장난으로 받아들이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장국영이 생을 마감한 지는 19년이 흘렀지만 팬들은 여전히 그를 기억하고 있다. 매년 4월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장국영을 향한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유복한 가정의 10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장국영은 영국 유학을 중간에 마치고 가수의 길을 걷는다. 그는 1977년 21살이 되던 해에 홍콩AT가 주관하는 가요제에 2위로 입상하면서 연예계에 입문한다.

이후인 1986년 오우삼 감독의 ‘영웅본색’에 출연해 이름을 알렸으며 주윤발과 함께 홍콩 누아르 영화를 대표하는 배우로 떠올랐다. 여기에 왕조현과 합을 맞춘 ‘천녀유혼’(1987)이 흥행하며 장국영은 스타로 자리매김한다.

장국영은 ‘소신 있는 사람’으로도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그는 천안문 사태를 무력 진압한 중국 정부를 비판했고, 동료 배우들에게 불합리한 요구를 하는 일부 세력에게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라이벌 알란탐의 팬과 장국영의 팬이 싸우다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고 홍콩 언론은 그 책임을 장국영에게 묻는다. 당시 연예계에 염증을 느꼈던 그는 1989년 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장국영은 왕가위 감독의 영화 ‘아비정전’(1990) ‘동사서독’(1994) ‘해피투게더’(1997)에 출연하며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특히 ‘패왕별희’(1993)가 제46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것에 이어 ‘해피투게더’가 제50회 칸 영화제 감독상을 받으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장국영은 영화 ‘야반가성’(1994), ‘금지옥엽’(1994), ‘풍월’(1996), ‘성월동화’(1999) 등 멜로 장르에서 활약하며 자신만의 캐릭터 서사를 만들어갔다.

홍콩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장국영, 그를 기억하기 위한 프로젝트도 진행되고 있다. CGV에서는 지난달 23일부터 오는 4월 5일까지 ‘더(THE) 장국영 특별전’을 연다. 전국 20개 CGV에서 ‘해피투게더 리마스터링’, ‘아비정전’, ‘동사서독 리덕스’ 등 3편을 상영하고, CGV용산아이파크몰,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서면 등 3개 극장에서는 ‘부에노스 아이레스 제로 디그리’, ‘동성서취’를 추가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