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감독이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를 밝힌다. 2년여 코로나19 팬데믹 속 암흑기를 딛고 ‘정상화’를 외친 이번 영화제에 다섯편의 주옥같은 추천작을 관객에게 건넨다.

1일 오후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주중부비전센터에서 진행된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J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 연상호’ 기자회견에는 연상호 감독과 이준동 집행위원장이 참석했다.

‘J스페셜’은 지난해부터 진행된 프로그램으로, 전주국제영화제 측이 영화계 외부인사를 초청해 그의 추천작을 관객과 함께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다. 지난해 배우 류현경에 이어 이번 프로그래머로 선정된 연상호 감독은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블루 벨벳(Blue Velvet)’,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큐어(Cure)’, 가타야마 신조 감독 ‘실종(Missing)’, 자신의 작품인 ‘돼지의 왕’, ‘부산행’을 보고 관객과 대화를 나눈다.

이준동 위원장은 “모든 영화제가 그만의 정체성을 갖고 있다. 전주국제영화제도 작가주의, 실험성 짙은 영화를 지지하는 정체성이 있는데, 그걸 고집하다보니 영화제가 자칫 ‘자기 만족적’인 영화제가 되기 쉽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외부 프로그래머를 초대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연상호 감독은 ‘지옥’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고, ‘부산행’으로도 전세계가 사랑하는 감독이 되었지만 누구보다도 당대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감독”이라며 올해의 프로그래머로 선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연상호 감독은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여줄 수 있는 프로젝트라고 해서 솔깃했다. 이전부터 좋아했던 영화들, 극장에서 놓친 영화들을 시간이 지난 후 극장에서 보면 어떨까란 생각으로 기획하게 됐다”며 “이번 영화제에서 좋아하는 영화를 본 관객들이 집에 돌아가며 얘기 나눌 수 있는 영화들로 프로그래밍해보자는 생각으로 작품들을 뽑았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블루 벨벳’을 선정한 이유론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팬이다. 특히 최근 OTT플랫폼으로 ‘블루 벨벳’을 봤는데 새롭게 봐도 낯설더라. 내게 많은 영감을 주는 작품이었다”며 “요즘 세대가 모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해 지금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이 이 작품을 보고 어떻게 느낄지 궁금해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작품 ‘돼지의 왕’과 ‘부산행’을 고른 이유론 “‘돼지의 왕’은 지난해 개봉 10년이 됐다. 10주년 행사를 하고 싶어서 드라마로 만들었는데, 사람 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11년만에 나오게 됐다”며 “전주국제영화제서 ‘돼지의 왕’을 보는 사람들은 드라마 ‘돼지의 왕’이 더 익숙할 거다. 그들에게 10년 전 나온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이 어떨지 궁금하다”고 대답했다.

또한 ‘부산행’에 대해선 “대중적인 영화기도 하고 명절 때마다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젊은 세대에겐 ‘명절 때마다 보는 영화’로 인식디어 있는데, 그 작품을 극장에서 보는 걸 얼마나 신선하게 느낄지도 궁금하다”며 “‘돼지의 왕’와 ‘부산행’이 같은 상영관에서 한다는 게 개인적으로 의미 있다. ‘돼지의 왕’ 만들 당시의 연상호 감독이 명절 때마다 나오는 ‘부산행’을 만들 거로 생각하지 못했을 거다. 한사람 안에서 나오는 두 영화를 비교해보면서 보면 즐겁지 않을까 싶어 뽑게 됐다”고 얘기했다.

지난달 28일 개막한 전주국제영화제는 다음 달 7일까지 전세계 56개국, 217편(해외 123편, 국내 94편)의 출품작들을 전주 시내 5개 극장, 19개 상영관에서 상영한다. 국내 영화제 전용 온라인 플랫폼 온피프엔(ONFIFN)을 통해 온라인 상영도 진행한다.